정부가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가계대출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규제를 검토하자 은행들이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의 핵심은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대출과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가계대출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달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 26일 현재 4조9000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월말 집중되는 마이너스통장 결제와 남은 기간의 증가세를 고려하면 5조원에서 많게는 6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8월은 다른 달보다 통상 ‘가계자금 비수기’로 꼽힌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4조3000억원 늘어난 데 견주면 이번달 가계대출 증가분은 벌써 약 14%나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2조6000억원(전월 대비 18.2%) 증가했고, 비은행권도 가세해 가계대출을 2조3000억원(전월 대비 9.5%) 늘렸다.
금융당국은 추석 자금수요가 있는 다음 달 초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가계부채 추가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복해서 받은 경우 등을 고위험 대출로 간주, 이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함으로써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해 공급 측면에서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시된다.
또 가계대출 증가율의 적절한 기준(가이드라인)을 설정한 뒤 기준치 이상의 가계대출 증가분 가운데 일부를 대손준비금 외에 추가 준비금으로 쌓도록 하는 방안, 예대율 하향 조정 등도 고려된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은행 자율에 맡기라”며 정부의 추가 규제에 대해 반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또 추가 준비금을 쌓는 방안도 준비금 확대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 가계에 전가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억지로 예대율을 낮추려고 수신 금리를 낮추고 대출 금리를 높이면 서민 가계와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준비금 확대 역시 서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