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위치한 석유공사 본사에 도착하면 1층에 있는 ‘돌고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다. 돌고래 어린이집은 석유공사가 올 1월 개원한 직장보육시설이다.
“아이는 제 인생의 축복이지만, 처음에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어떻게 병행할지 막막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아이 시간에 맞춰 출근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제가 일하는 건물에 아이를 맡겨두니까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석유공사는 지난해 11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를 포함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이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발도움하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에서다.
공사가 대형화되고 경영환경과 사회환경이 빠르게 변화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우위 확보로 선진적인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근무형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기업 중에서 유연근무제가 정착된 곳은 석유공사가 사실상 유일하다.
물론 처음에는 신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상사나 동료의 눈치 보느라 지원하기가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민간기업도 아닌 공기업에서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이때 강영원 사장이 나섰다. “왜 유연근무제를 신청하는 사람이 없느냐. 각 부서장이 유연근무제 사용을 독려하라”고 강하게 밀어 붙였다.
강 사장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 덕택에 국내 석유공사 직원 826명 중에서 10.5%인 87명이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다.
유연근무제 정착에 필요한 조건중 하나는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분위기다. 정시 퇴근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유롭게 출퇴근시간을 정하는 유연근무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근무시간에 업무를 집중하고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석유공사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불필요한 회의나 전화를 지양하고 업무에 집중하는 집중근무제를 도입했다.
매주 수요일에는 무조건 정시에 퇴근하는 ‘얼리홈데이(Early-Home Day)’도 만들었다. 수요일에 연장근무를 하려면 사전에 소속 부서장의 결제를 받도록 엄격히 제한했다. 강 사장이 6시 이후에 남아 있는 직원이 있는지 수시로 체크하며 직원들을 집으로 보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올해 4월에는 주 15~35시간의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단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이는 임신이나, 출산한 여직원들을 위해 회사가 근무 시간을 줄여주는 제도다. 또 만 6세 이하 초등학교 취학전 자녀의 양육이 필요한 직원의 경우도 단시간 근로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급여는 근로시간에 비례해 지급한다. 석유공사는 지난 9월부터 11월 안에 입사한 인력을 채용할 때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계획이다. 또 시차출퇴근제와 단시간 근로제도를 연계해 근무시간의 선택폭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이달 부터 7월달 안에 새로운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이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다. 또 시차출퇴근제와 단시간 근로제도를 연계해 근무시간의 선택폭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유연근무제가 정착되면서 무엇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직원들의 직장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최근에는 여성인력 지원자도 크게 늘고 있다. 현재 전체 직원중 여성 비중이 13% 정도 인데, 2015년에는 2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공사의 지난해 공사 최초로 여성 인사팀장을 발탁했다. 권오복 인사팀장은 91년 4월 공채로 해외조사팀, 국제비축팀 등 석유사업부문 핵심부서를 거치면서 부드러운 리더십을 인정 받았다. 앞서 2006년에는 최초 여성팀장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석유공사는 여성인력의 자기계발을 독려하고 업무평가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 없도록 만들어 여성들이 마음껏 지산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업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