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그에게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한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진출해 한국 선수로는 8번째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다. 고군분투했지만 우승컵은 손에 닿지 않았다. LPGA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유소연(22·한화)과 연장 끝에 준우승 한 것이 지난 시즌 그녀의 최고 성적이다. 아쉬움은 컸지만 후회는 없다.
신세대답게 서희경은 ‘쿨’하다. 지난일에 대해선 깔끔하게 털어 낼 줄 안다. 지난해 7월 US여자오픈 최종일 경기. 우승을 가리는 연장전에 한국선수 두명이 올랐다. 서희경은 ‘라이벌’ 유소연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서희경은 “자신감이 부족했던 탓에 내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당시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값진 경험이었다. 다시 이런 기회가 온다면 결코 우승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선수들이 미국으로 진출하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 중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떨어져 혼자 생활하다보니 외로움이 커진다고 한다. 그런데 서희경은 다르다. 이런 것들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외로움을 잘 타는 편이 아니다. 홀로 지내는 것이 편하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도 복이다.
“워낙 외로움을 타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 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잘해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에 긴장감이 내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다행스럽게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해야할 문제의 벽은 점점 낮아져 갔다. 위기를 또다른 기회로 바꿨다.
“시간이 지날수록 큰 무대에서 지내봐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전세계 톱랭커들과 한조를 이뤄 경기를 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골프에 대해 더욱 깊이 알아가는 것 같았다.”
미국생활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아는 선수들과 팬들이 늘어났다. 늘씬한 몸매와 동양적 이미지 덕도 봤다. 그녀의 별명은 ‘필드의 슈퍼모델’. 이 닉네임이 미국에서도 불리고 있었다.
“별명이 처음에는 정말 부담스러웠다. 몸매가 날씬해서라기 보다는 키가 커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은데, 미국엔 나보다 키 큰 선수들이 많다”며 “팬들이 붙여줬기 때문에 지금은 닉네임처럼 되기 위해 피부관리도 하며 외모에도 꽤 신경 쓰고 있어 오히려 고맙다”고 설명했다.
남자에 관심이 있을까. 아직은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터뷰 할 때 남자친구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지 않았는데, 올해는 남자친구 얘기를 빼놓지 않고 물어 본다”며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아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이상형은 있다. 존경할 수 있고 사고(思考)의 폭의 깊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기에 성실함을 보태면 금상첨화라고.
남자친구를 만들 생각이 없는 이유가 있다. 목표가 있기때문이다. 사실 서희경은 2010년 3월 기아클래식에서 우승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2008년 데뷔당시 국내에서 일으켰던 엄청난 돌풍을 미국에서도 재현해보겠다는 것.
올해 3승을 향해 뛰고 또 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현재 호주 브리스번에서 스윙 코치인 스티브 맥레이와 함께 혹독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쇼트게임과 함께 체력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시즌 LPGA에서 많은 경험을 통해 적응은 마친 상태다. 신인상을 받으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이제 진짜 내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