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실탄’을 잃어버린 투신권이 연일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그러나 ‘팔자’ 공세 속에서도 금융주에 대해서는 대해서는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일까지 보름여간 투신권은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오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1조5259억원을 순매도했다. 차익실현 물량을 쏟아낸 개인과 함께 지수상승에 부담을 더한 것이다.
대부분의 업종을 내다판 가운데 전기전자, 화학, 운수장비 등을 집중적으로 순매도했다. 반면 증권, 보험, 전기가스, 건설 등을 매수세를 이어갔다.
종목별로는 업황회복에 따른 실적개선 기대감에 사상 최고가 경신을 이어간 삼성전자를 2992억1600만원어치나 팔아치웠다.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이 주 목적이었다. 현대모비스(2415억원), KODEX 200(1650억원), 현대차(1526억원), 기아차(1457억원), 제일모직(1203억원) 등도 매도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헤지펀드 시장성장 수혜 기대감이 집중되고 있는 삼성증권을 511억7400만원 순매수했다. 이에 삼성증권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일까지 단 1거래일을 제외하고 내내 상승세를 이어오며 보름만에 23.12%나 급등했다. 이 밖에 현대제철(506억원), KB금융(472억원), SK이노베이션(460억원), LG디스플레이(436억원), 신한지주(422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을(211억원)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성공 소식이 투심을 자극했다. 이 밖에 에스엠(145억원), 서울반도체(104억원), 실리콘웍스(62억원), 태광(58억원), 비에이치아이(5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 4분기 실적악화 부담에 118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이어 다음(95억원), CJ E&M(88억원), 성우하이텍(67억원), 파트론(66억원), 동아팜텍(63억원) 등이 매도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단기급등으로 수익을 많이 낸 전기전자나 화학업종을 팔아 현금화 하면서 펀드환매에 대응하고 있다”며 “순환매 구간 진입으로 저 평가된 금융주 선전이 기대되고 있는 만큼 시장대비 과도하게 떨어진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투신권은 언제까지 ‘팔자’를 지속할까.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신권의 순매도 행진도 마무리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900선에 머물러 있는 동안 펀드 환매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투신권의 매도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그 규모가 1000억원 미만으로 제한적이고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면 개인자금이 펀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신권도 그때쯤이면 ‘사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