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최대실적을 거둔 국내 은행들에게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총재는 17일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보통 위기 때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될 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잘 될 때 오히려 나쁜 습관이 생기고, 잘 안 될 때는 복원력을 키우고 위기 극복을 위해 좋은 습관을 만든다”면서 “잘 나갈 때 (좋은 습관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사 및 은행들이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제 악화 속에서도 호조를 보이는 데 대한 경계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리처드 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은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유럽 재정위기로 모두가 어렵다고 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더 빠져드는 게 있는데 앞으로 계획을 세우고 이겨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총재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잘한다”면서 “유럽은 디레버리징(부채축소) 우려를 하는데 국내 은행들은 좋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은행장은 “이익을 많이 냈으니 잘 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일부 은행장들은 최근 대형 대부업체가 영업정지된데 대해 “이번 영업정지가 은행과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은행장들은 올해 1월중의 가계대출 감소는 지난해말 취득세 감면헤택 종료, 설 연휴, 겨울철 주택거래 비수기 등 일시적·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은 만큼 가계대출의 증가폭 축소가 추세적인 현상인지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아울러 기업대출과 관련, 은행장들은 “중소기업자금사정에 큰 어려움은 없으나 업황이 크게 부진한 조선, 해운 등은 앞으로 자금사정에 애로를 겪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은행장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되면 업황이 다시 호전될 수 있으므로 은행들이 좀 더 긴 안목을 갖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선 “양호한 국내 경제여건 등에 힘입어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이 단기성향의 자금인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총재는 올해 4월부터 한은 총액한도대출중 ‘중소기업 신용대출 연계 특별지원한도(1조원)’를 신설·운용키로 한 취지를 설명하고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확대를 위해 적극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민병덕 국민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리처드 힐 SC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