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되면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가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가도 될까요? 인터넷에 물어봐도 자르라는 답변도 있고 그냥 가도 된다고 하는 답변도 있거든요. 개학 첫 날부터 새 담임선생님에게 찍힐 것 같기도 하고. 친구들도 다들 확실하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어요.”
서울의 한 사립고 2학년에 올라가는 정대원(18.남)군은 오히려 두발을 어떻게 할 건지 묻는 기자에게 되물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의 ‘머리카락’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을 느끼는 모습이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제12조 ‘개성을 실현할 권리’에 관한 내용과 제13조 '사생활의 자유'에 관한 내용 등이다. 교육청은 “학생들의 두발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교과부는 교육법 시행령까지 개정하며 이를 막고 나섰다.
조례에 따르면 당장 새 학기부터 학교와 교직원은 학생의 의사에 반해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할 수 없지만 여기에 교과부가 제동을 걸었다. 교과부는 지난 20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관련 내용을 신설했다. 학교가 학생들의 두발을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
교과부 관계자는 “학생 생활지도와 학교 문화에 대한 내용은 개별 학교에서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개정안에 따라 학칙에 관련 규정을 두더라도 조례에 반하므로 두발 규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교육청의 입장을 선호하면서도 자신들의 두발이 커다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서울 성북구 S고등학교 이국원(18) 군은 “학생이 머리를 기르는 게 나라 전체의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개인적으로 머리를 굳이 기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머리 기를 자유는 갖고 싶다”고 말했다.
성북구의 S여고 김아름(18)양은 “미국 학생들을 보면 머리에 자유롭게 염색도 하고 기르기도 하고 파마도 하면서 훌륭한 사람도 많이 나오고 잘 살지 않느냐”며 “학교폭력이든 공부든 문제는 머리가 아니고 애들마다 다른 것 같다(개인 차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에게서는 교육당국간의 대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인숙 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 회장은 “개학을 앞두고 교육청과 교과부가 서로 기선 제압을 하려는 모습을 계속 보이는데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갈등이 좋게 안 보이고 불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