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문열고 에어콘 틀면 과태료 부과 "명동 가봤더니…에휴"

입력 2012-06-03 10:40 수정 2012-06-0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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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손님들 '불만'에 진땀…상인들 "어글리 코리아 되겠다" 하소연

▲2일 백화점을 찾은 대부분의 손님들은 더워서 쇼핑을 못하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백화점 측은 수차례 방송으로 냉방온도 규제 사실을 고객을 알리는 등 진땀을 빼는 모습이였다.(이투데이)

지난 1일 정부의 냉방온도 규제가 시행된 다음날 2일 찾은 명동의 모습은 눈 뜨고 볼 수 없는 풍경이였다. 백화점과 호텔은 덥다고 항의하는 손님들 때문에 진땀을 뺏고 명동상인들은 매출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예상된 강제적 시행의 폐해가 일찌감치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외국인이 많이 찾는 까닭에 명동 상권가는 외국인에게 ‘어글리 코리아’의 이미지를 남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냉방온도 규제에 가장 먼저 폭격을 맞은 곳은 백화점 일대. 매장 내 냉방온도 기준이 25도로 설정돼 곳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부채질하는 사람들과 '매장 밖이 더 시원하다'는 아우성만 가 했다.

2일 롯데백화점 소공점은 정문에 냉방온도 규제를 따르고 있다는 대형 현수막을 붙여 고객들에게 알렸다. ‘정부 시책에 따라 매장 온도를 26도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객 여러분의 많은 이해 바랍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문구의 내용이다.

롯데백화점은 수 차례 매장 내 방송으로 냉방온도 규제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쇼핑객들은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이정아(32·남영동)씨는 “시원해야 할 백화점이 너무 더워져서 찜질방에 온 기분”이라며 “이런 상태라면 장 시간 쇼핑은 무리다. 집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 본점도 정부 규제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한 쇼핑객들이 금새 매장을 벗어나 연결된 지하상가로 이른바 엑소더스(탈출)하고 있던 것. 1시간여 쇼핑을 하다가 매장 밖에 위치한 스타벅스 간이 테이블로 나온 이 모(35·남)씨는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쇼핑왔는데 매장 밖이 더 시원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신세계측은 롯데백화점처럼 대형 현수막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정문이 아닌 쪽문에 정부의 냉방온도 규제 때문에 이를 따르고 있다는 설명으로 고객들에게 고지하고 있다. 조명 등으로 아주 더운 매장에는 긴급히 선풍기 등을 동원해 고객 불편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역부족이라고 신세계측은 말했다.

심정섭 신세계 영업2팀장은 “사실 대책은 별로 없다. 선풍기를 일부 도입하겠지만 매장 전체 분위기를 해치기도 하고 선풍기에서 나는 열 때문에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예전에는 백화점이 가장 시원했는데 지금은 백화점이 가장 더운 곳으로 전락했다. 오히려 지하상가가 더 시원하다”고 강조했다.

심 팀장은 고객들의 땀으로 인한 상품 손상을 우려했다. 심 팀장은 “고객들이 진열된 옷과 상품들을 입어보고 체험해보는데 현재 온도에서는 땀이 날 수 밖에 없어 손상이 우려된다. 이것은 우리(신세계)에게 심각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호텔도 상황은 마찬가지. C호텔 관계자는 “단체 외국인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불쾌지수가 올라가면서 덥다는 항의가 빗발칠 것은 불보듯 뻔하다“며 “외국인 손님들의 숙식하는 곳이 한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정부 방침상 어쩔수 없다고 답해야해 ‘어글리 코리아’로 인식될까 걱정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D호텔도 “6월초에 바람도 선선히 부는데 20층 복도는 지금도 덥다”며 “로비는 그렇다치고 고층으로 올라갈 수록 더위가 심한데 비싼 스위트룸 객실료내고 손님들이 더위로 짜증내면 정말 호텔 이미지뿐만 아니라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 1일부터 정부의 냉방온도 규제가 시행됐지만 명동거리 상인들은 오는 10일까지 계도 기간이라는 이유로 매장 문을 열어 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문을 닫아 둔채 영업을 하면 고객이 들어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이투데이)

명동 거리의 모습은 아직까지는 양호했다. 명동 상인들은 오는 10일까지 계도 기간이라는 이유로 아직 매장 문을 열어 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문을 닫아 둔채 영업을 하면 고객이 들어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당장 화장품 브랜드숍 A 본사는 평소 대비 매출의 30%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 업체 명동점 관계자는 “문을 닫으면 고객이 안들어 와서 어쩔 수 없다”며 “지금은 그나마 낫지만 2~3시 정도에는 고객이 줄지어 오는데 문을 닫는 것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특히 명동 상인들은 매출 하락을 넘어 정부 시책에 맞는 매장 리뉴얼 비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명동 거리에 있는 매장 대부분이 문을 열어 놓고 영업할 수 밖에 없는 미닫이 문 구조이기 때문이다.

문을 닫고도 영업하려면 자동문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해 상인들은 인테리어 업체에 견적만 내놓고 쉽사리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 이다.

B 매장 관계자는 “현재 문 위에 있는 에어 커튼을 뜯어 내고 자동문을 달아야 하는데 규격에 맞지 않아 매장 규모까지 축소될 상황이다. 인테리어 비용만 수천만원 이고 공사 중 영업 손실은 계산까지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언제는 외화벌이한다고 해서 우리를 띄워주더니 정전 사태가 터지니깐 우리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정부의 행동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토로 했다.

C 매장 관계자는 “지금은 계도기간이라서 잠깐 더울 때 24도로 맞추고 구청에서 나올 때는 26도로 온도를 맞추고 있다”며“정부정책이니 따르긴 따라야 되는데 과태료를 내기 전까지는 이렇게 영업을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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