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라고 마냥 좋지만은 않다. 그만큼 각종 견제에 시달린다. 재계 1위 삼성도 마찬가지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재계 압박에 나서면서 삼성의 행보도 조심스럽다. 지나친 언론의 관심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와 정치권을 자극할 만한 보도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최근 몇몇 언론에서 삼성에버랜드가 예식 사업에 진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서민들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며 출총제 부활 등을 논의하고 있는 정치권에게는 먹잇감으로 충분할 만한 보도였다.
이 부사장은 “에버랜드는 서울대에서 결혼식이 이뤄질 경우 단지 단체급식만 제공할 뿐”이라며 “예식 전문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비롯한 어떤 수익도 얻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에버랜드가 예식업을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에버랜드가 단체급식을 제공하는 총 7개 기관으로 예식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에버랜드는 서울대 외에도 6곳에서 단체 급식을 하고 있다"”며 “그 곳에서 주말에 결혼식이 열릴 경우 에버랜드는 해당 단체의 요청에 따라 급식만을 제공한다”고 부연했다.
대기업의 단체급식에 관해서도 “수백명에서 수천명이 이용하는 단체 급식은 재료 관리나 위생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 이슈와는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삼성그룹은 ‘대사면’이라는 표현 때문에 진땀을 뺐다.
올 연말께 삼성이 임직원들의 징계기록 삭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서 대부분의 매체가 ‘이건희 회장 취임 25주년 맞아 임직원 대사면’ 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는 적혀있는 사면(赦免)의 뜻은 ‘국가원수의 특권으로 범죄인에 대한 형벌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거나 형벌로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 주는 행위’이다.
삼성그룹이 국가고, 이건희 회장이 대통령인 듯한 표현에 삼성 홍보팀에서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았을 리 없다. 이날도 이인용 부사장은 “우리가 정부기관도 아니고‘대사면’이라는 용어는 상당히 부적절하고, 잘못된 표현이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삼성은 그동안 정치권 공세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해 왔다. 빵 사업 철수가 대표적이다. 대기업 빵 사업 논란이 일자 호텔신라는 지난 4월 커피·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를 매각하고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다. 현재 삼성 서초 사옥 지하 1층에 위치한‘아티제’는 강남역의 명물로 자리잡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브랜드를 매각한 삼성으로서는 아쉬울 만도 하다.
이처럼 누구보다도 책 잡힐 일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1등은 언제나 외로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