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대기업(공공기관 포함) 10곳 중 4곳이 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은 근로자의 영유아수가 5902명임에도 직장내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보육시설 설치는 권고사항이 아닌 의무조항으로 미설치는 위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직장보육시설 설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562곳 중 209곳(37.2%)이 직장보육시설 설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기업은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어려운 경우 타 시설에 위탁하거나 보육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영유아보육법을 위반한 대기업 중 절반(209곳 중 107곳, 47%)은 향후에도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할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설치 의무조항만 있을 뿐 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나 공표 등 벌칙조항이 없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올해 10월 실태조사 후 내년 1월 공표하도록 법을 개정했으나 과태료 조항이 없어서 사실상 강제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미이행 대기업 중 근로자의 영유아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기아자동차 화성공장(5902명)이었다.
이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2751명), 현대제철 당진공장(1635명), 한국GM(1500명), 르노삼성자동차(1345명), 삼성SDI(1116명), 쌍용자동차 평택공장(1069명), 대림산업(1042명), 농협협동조합중앙회(991명), 한국항공우주산업(921명), 현대차 아산공장(859명), SC제일은행(822명), STX조선해양(805명), 지앰대우(756)명 순이었다.
무엇보다 삼성, 두산, 한화, STX, 포스코, LG, 롯데, 현대자동차, 한진 등 15대 재벌기업들(계열사 포함)도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경실련 관계자는 “저출산이 심화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특히 재벌기업이 직장보육시설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면서 “더 큰 책임의식을 갖고 시급히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실련은 지난해 6월 복지부에 직장보육시설 이행현황 공개를 요청했으나 복지부는 영업상의 비밀에 해당된다며 공개를 거부했고 복지부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소송에서 법원의 공개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의 직장보육시설을 독려해야 할 주무부처가 오히려 공개를 거부하고 기업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직장보육시설 미이행 사업장이 200개가 넘는 것도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신의진 의원은 “올해부터 보건복지부에서 대기업의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장려하기 위해 위반 사업장에 대해 명단을 공포하기로 했으나 과태료 부과 등 벌칙규정이 마련되지 않아서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관련 법률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