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용 수입 휘발유가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면서 정부와 정유업계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수입 가격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인 반면, 정유업계는 수입 휘발유 등은 정부의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8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알뜰주유소용 수입 휘발유가 지난 7일 전자상거래를 통해 처음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부터 10만 배럴의 수입 휘발유가 삼성토탈 물량과 함께 본격적으로 알뜰주유소로 공급되는 것이다.
첫 거래 가격은 리터당 1778원. 이는 할당관세 면제, 수입부과금 환급 등을 포함한 전자상거래 인센티브 리터당 46원 인하 효과가 모두 적용된 가격이다. 전자상거래 상에서 거래된 10월 5주 평균 정유사 휘발유 공급가격(1832.3원)보다 리터당 54원이 저렴하다.
거래 물량과 참여 업체들의 수도 나쁘지 않다는 게 지경부 평가다. 지경부는 이날 전자상거래에서 거래된 휘발유는 58만리터로 지난 10월 하루 평균 거래물량 2만5000리터보다 23배나 급증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번 알뜰주유소용 수입 휘발유 도입은 정부의 석유시장 유통구조 혁신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지속되는 고유가의 원인을 독점적인 위치의 정유업계 폭리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들이 수입 휘발유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있음에도 낮추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정유사들이 가격을 낮출 수 있음에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이번 수입 휘발유 도입 등 유통구조 혁신 정책들이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이번 수입 휘발유 도입은 정유사를 압박하기 위한 ‘꼼수’라고 맞서고 있다.
정유사들은 수입 휘발유가 일단 인센티브 효과가 크고 추가적으로 세액 공제, 물류비 등으로 결국 정유사 공급가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수입 휘발유가 실질적으로 최종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하효과를 가져다 줄지는 의문이란 입장이다.
또한 최근 전자상거래용 경유 수입이 늘었지만 결국 이것이 최종 주유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정유사들이 수입 휘발유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각종 인센티브 등으로 무장한 수입 휘발유 등이 저렴하다고 홍보하는 건 정부의 꼼수일 뿐”이라면서 “전자상거래 경유가 실질적인 가격인하 효과가 없던 것처럼 수입 휘발유 가격 효과도 최종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