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한국 수산당국이 불법 어획 수산물의 반입 차단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어업쿼터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알렉산드르 사벨리예프 러시아 수산청 공보실장은 2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측이 자국 항구로 들어오는 불법 어획 수산물들에 대한 충분한 통제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한국에 대한 내년도 어업 쿼터 배정 문제가 논의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러시아 수산당국은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제22차 한·러 어업위원회를 열었으나 러시아산 불법 조업 게의 한국 반입 차단 방안을 둘러싸고 심각한 견해차를 보여 내년도 어업 쿼터 문제를 논의하지 못했다.
러시아 수산청은 그동안 러시아 수역에서 제3국 국적기를 단 러시아 어선들에 의해 불법 어획된 게들이 일본 항구로 들어가 일본 서류가 첨부된 뒤 한국으로 대량수출되고 있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한국 측에 촉구해왔다.
러시아 수산청에 따르면 불법 조업으로 인해 극동 수역의 게가 최근 20년 사이 17배나 줄어들었으며 연간 8억~10억 달러(약 8700억~1조800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
사벨리예프 공보실장은 “한국 측은 지난 협상에서 한국 국내로 들어오는 수산물에 대해서만 러시아 수산 당국이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는 한국의 항구들이 불법 어획 수산물 유통을 위한 중개 기지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수역에서 불법 어획된 수산물들이 한국 항구에서 하역된 뒤 보세구역에 머물다 다른 국가로 재수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가 지난 협상에서 한국이 러시아산 게를 제3국(주로 일본)을 통해 수입할 경우 하역 단계에서 미리 러시아 당국이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를 확인할 것을 요구한 것도 바른 이 같은 우려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역 단계에서 수산물의 적법성을 확인해 불법 어획 수산물은 아예 배에서 내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러시아는 불법 수산물 거래 차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일본과 중국 등에도 똑같은 불법 어획 수산물 통제 강화 조치를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벨리예프는 “내년 초까지 한국과의 어업 쿼터 협상이 재개되길 희망한다”며 “그러나 이는 한국이 러시아가 제시한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