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000조 시대. 가계부채 경감 등 서민금융 지원 대책을 제시한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 당선인은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빚을 탕감해 주거나 저금리 장기분할 상환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수혜자에 대한 형평성 논란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프리미엄 석간경제지 이투데이가 연중기획으로 진행하는‘대국민 빚 줄이기 프로젝트, 이제는 머니힐링이다’에서는 감독당국, 금융업계, 학계, 소비자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빚의 구렁텅이로 내몰린 서민가계의 위험을 진단하고 서민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머니힐링의 길’을 모색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신년특별 좌담회에서 금융감독원 양현근 은행감독국장,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 우리금융 경영연구소 김진성 실장,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이 열띤 토론을 벌이며 해법을 제시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금융감독원 양현근 은행감독국장,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
우리금융 경영연구소 김진성 실장,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
△ 사회 =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가 930조원에 달하고 있다. 일자리는 늘지 않고 실질소득은 줄고 있다. 빚내 생활하는 가구가 늘고 있어 더 큰 걱정이다. 가계부채 증가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나.
임진 위원 = 금융자산이 늘면서 금융기법이 다양화됐다. 부채가 늘어나는 여건도 조성됐는데 2000년대 중반 저금리 기조가 구축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큰 문제다.
양현근 국장 = 부동산 경기 둔화로 여러 문제가 파생되면서 가계부채가 심각해졌다고 본다.
조남희 원장 = 1000만 가구가 많든 적든 금융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들이 주택을 경쟁적으로 사던 과거 11년간 가계부채는 12.3%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2~3배 증가했다.
김진성 실장 = 가계부채 문제는 예상됐던 일이다. 가계부채 급증은 주택시장 활황기에 대출 수요가 증가했고, 은행도 적극적으로 영업 전략을 구사한 결과다.
◇다중채무자 위기 심각한데…
△ 사회 = 주택 마련을 위한 개인들의 무분별한 대출, 이에 동조한 금융권 모두 문제였다. 결국 가계부채 급증으로 취약계층, 다중채무자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데.
양 국장 = 주택담보대출 연체액은 금융권 전체로 4조원, 4만5000명이다. 1개월 이상 연체는 막다른 골목에 이른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대부분 다중채무자다.
조 원장 = 소득분위 1~2분위에 속하는 일부 취약계층이 문제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리스크다. 유념해서 봐야 한다.
임 위원 = 취약계층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경기부진 장기화 시 소득 하위계층은 충격이 더 크다. 사회안전망 차원의 문제다. 미국 재정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왔을 때가 더 문제다. 소외계층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대출세일 문제 아닌가
△ 사회 = 빚내기 좋은 사회 환경이 가계부채 문제를 증폭시켰다는 지적도 있는데. 결국 금융권의 대출 세일이 문제 아닌가.
임 위원 = 금융기법 다양화로 부채가 늘어나기 쉬운 여건이 조성됐다.
조 원장 = 136만명이 3개 이상 금융회사를 이용하고 이른바 저신용 다중채무자의 빚만 70조원으로 추산된다. 취약계층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득분위 1~2분위에 속한 취약계층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김 실장 = 은행의 성장모델은 기존 대출을 늘려 마진을 갖는 것이다.
◇은행 건전성은 어떤가
△ 사회 = 다중채무자 문제는 은행권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은행의 건전성 문제는 없나.
김 실장 = 개인 부채비중을 줄여야 한다. 개인별로는 적지만 은행을 합하면 큰 부담이다. 최근 저성장, 저금리로 은행의 수익이 훼손되고 있는데 건전성과 안전성 문제가 우선돼야 한다.
양 국장 = 은행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1%밖에 안된다. 하지만 극도의 위기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권 전반의 체력은 튼튼하지만 일부 은행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저축은행 등 상황이 좋지 않은 비은행권을 주시하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지 않으면 충격은 일시적이다.
임 위원 = 주택가격 20% 하락시 고위험 가구는 10만 가구로 16조6000억원의 금융권 손실이 예상됐다. 은행권의 자기자본 비율을 감안할 때 손실 규모는 크지 않았다. 문제는 주택을 지키려는 가계다. 버티지 못하면 한순간 대규모 파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단순히 연체율만 보고 정책을 펴면 상황 악화시 대비할 수 없다.
◇금융권, 당국 노력 필요한데…
△ 사회 = 서민가계부채 감소와 금융 자립을 위해서는 금융권과 정책당국 모두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조 원장 = 사회적 취약계층은 금융 지식이 전무하다. 금융기관, 소비자단체, 감독당국에서 장래 설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이자 부담을 덜어줘 한고비 넘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충격 완화를 유도해야 한다.
양 국장 = 새희망홀씨 등 3종세트 상품의 규모를 늘리고 지원 대상도 확대하고 있다. 정책당국의 의지는 퇴색하지 않았지만 한계는 있다. 은행의 공익적 책임이 중요하다. 은행 평가시 서민금융 기여도를 반영할 것이다. 내년 은행의 사회적 평가 비중이 1.6%에서 9%로 증가한다.
임 위원 = 자산도 줄이고 부채도 줄이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필요하다. 50평에서 살다 40평으로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이 실질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김 실장 = 은행도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 공익성이 강조될수록 잠재비용이 늘겠지만 조화롭게 경영 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금융산업의 환경 악화 등 현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금융산업이 안정되면 서민금융이나 국가경쟁력 강화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의 정책은 어떤가
△ 사회 =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행복기금 조성과 이자감면 등 가계부채 공약을 제시했다. 여러 문제도 예상되는데.
조 원장 = 도덕적 해이가 문제다. 채무자 사정을 잘 아는 것은 은행이다. 금융기관의 필터링이 필요하다. 채무자의 책임만 주장하면 활동력 약화로 사회 전반의 침체가 오래갈 수 있다.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임 위원 = 국민행복기금 재원이 부족할 수 있다. 가계부채 대비 행복기금은 2% 수준이다. 가계부채 원금 탕감은 말도 안된다. 대출구조 전환이나 만기연장, 은행손실 보존 등으로 활용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모든 국민이 관심 있는 보유주택지분 매각제도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제도 시행 이전에 정확한 타겟팅이 필요하다. 사전적으로 미세조정이 없으면 제도가 있어도 혜택자가 전무할 수 있다.
조 원장 =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정책당국의 의지만큼 금융권이 실효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외국계 은행처럼 참여하지 않아도 손해보지 않는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 지도 규율을 정하든지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 서민금융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머니힐링 위한 대안은…
△ 사회 = 빚에 지친 서민들이 머니힐링 하기 위한 대안이나 해법이 있다면.
임 위원 = 저소득, 자영업자, 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농어가 목돈마련저축과 같이 저축을 통해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 내년에도 저성장이 지속되면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활성화하고 개인도산과 관련한 정비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주택금융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가 관건이다. 소득이 빚잔치가 아닌 소비로 활용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택금융이 잘돼 있는 핀란드가 벤치마킹 사례다. 고성장 시대의 기대 수준으로 가계에 대응하면 안된다. 저성장 시대에 따라 소득에 맞춰 소비를 줄이고 부채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 : 이투데이 김덕헌 금융부장 / 정리 : 김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