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로 혼란에 휩싸인 당을 정비하기 위해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계파 갈등과 정체성 논란이 불붙으면서 새로운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비주류 측은 대선 패배의 원인에 대해 ‘친노 책임론’을 들어 문재인 전 대선 후보와 친노(친노무현)세력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선 패배 직후 몸을 낮췄던 주류 측은 이러한 주장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축소시키려는 의도라고 보고 ‘공동 책임론’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이 같은 공방은 대선 평가와 전당대회 과정에서 본격화할 책임 소재를 의식한 것으로 ‘쇄신 없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친노 성향의 박범계 의원은 15일 라디오방송에서 “당권 투쟁이나 권력 투쟁 등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범주로 친노를 지적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선거 패배의 책임을 친노가 아니라 지난 총·대선 주도한 지도부나 선대위에 참여한 분들에게 묻는 게 정확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또 “(당내)계파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헐뜯고 지적해선 안 된다”며 “모두가 ‘내 탓이오’라는 생각으로 계파를 없애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주류 측은 “친노 패권주의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는데, 이제 와서 친노가 없다는 주장은 모순”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호남지역 한 비주류 의원은 “대선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해야 할 사람을 친노나 자기 편이 아니라고 해서 배제하고, 유세장에도 못 오르게 해놓고 이제 와서 공동책임 운운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주류 중진인 김영환 의원도 “친노가 없다는 강변이 (객관적인) 대선 평가를 가로막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친노가 어제 오늘 있었나”라며 “친노가 당권을 장악하고 486세력이 결합해서 당의 주류를 형성했는데 친노가 실체없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부 소속 의원들이 시민단체 등과 결탁해 대선 재검표를 요구하는 데 대한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18대 대선 부정선거 진상규명 시민모임’등의 네티즌 청원을 받아 국회 행안위에 청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 밤 수개표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구기동 제 집 앞에서 열리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 사상 사무실과 양산 집으로 찾아오신 분도 있다”며 곤혹스러운 심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