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17일 인선 발표 직후 밝힌 포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박근혜 정부’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부처인 만큼 이번 인선의 핵심은 김 내정자라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김 내정자는 이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박근혜 당선인에게 미력이지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도전적 정신과 봉사하는 마음으로 다 같이 힘을 합쳐 국민들께 약속한 정책들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빈민촌 편의점 알바에서 美 400대 부자 반열 올라 = 박근혜 정부의 ‘파워 장관’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 장관 내정자는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자 ‘살아있는 벤처신화’로 꼽힌다.
수학과 과학 성적이 우수해 전액 장학금을 받고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컴퓨터과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에도 공학박사 학위를 3년 만에 따내는 등 명석한 모습을 보였다.
졸업 후 1980년대 말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후 미 해군에 자원해 장교로 7년간 복무하기도 했다. 제대 후 1992년엔 큰딸 ‘유리’의 이름을 딴 ‘유리시스템즈’를 창업, 초고속인터넷 기술인 비동기식 전송모드(ATM) 통신장비를 개발했다. 1998년 글로벌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스에 10억달러에 회사를 매각하고 38세의 나이에 미국 400대 부자 반열에 올랐다. 그야말로 ‘인생 역전’ 스토리다.
김 내정자의 성공 신화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2001년 메릴랜드대 교수를 하다 2005년 루슨트 산하 벨연구소의 최연소 사장을 맡았다. 노벨상을 13명이나 배출한 벨연구소의 사상 첫 외부 출신 사장이다.
◇김 내정자의 철학·과제는 ‘ICT융합’과 ‘일자리 창출’= 김 내정자의 이 같은 경력은 창업벤처 육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ICT 융합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국가경영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 그가 핵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이유다.
김 내정자는 벨연구소 사장 시절부터 ICT 융합을 강조해왔다. 통신 인프라,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이 적절히 융합돼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또한 ICT의 서비스화도 김 내정자가 줄곧 주장해왔던 부분이다. 박 당선인도 지난 15일 인수위원회 여성문화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창조경제를 구현할 핵심은 ICT 서비스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김 내정자는 벨연구소 사장 시절부터 기초 원천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김 내정자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된다면 융합과 서비스를 골자로 한 ICT정책 추진과 함께 국내 기초과학 분야의 R&D 강화도 예상된다.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김 내정자의 과제 중 하나다.
다만 소통의 문제에서는 다소 우려스러운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생활이 오래돼서 여전히 한글보다 영어가 편해 조직 내 소통 문제가 있을 수 있다. 1000여명이 넘는 ‘공룡 부처’의 공무원 조직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또 ‘반(半) 미국인’이라는 일부 비판적 시각도 김 내정자의 아킬레스건이다. 이에 김 내정자는 "조국에 대한 봉사를 위해 지난 14일 법무부로부터 한국 국적 회복 허가를 받으면서 미국시민권을 포기하기로 서명했고 관련 절차에 따라 시민권 포기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