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박근혜 정부의 초대 지식경제부 수장으로 윤상직 장관이 취임했다. 윤 장관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지 않아 애초 의도와는 달리,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지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것이다.
반쪽 출범이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지경부에서는 윤 장관 취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전임인 홍석우 장관을 비롯해 내부 출신 장관이 여럿 있었지만 윤 장관은 정권 교체기에 나온 사상 최초의 내부 승진 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경부 창설 이후 차관이 곧바로 장관으로 내부 승진한 것도 윤 장관이 처음이다. 차관 중 유일하게 새 정부의 장관으로 승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평가다.
다만, 외교통상부가 맡고 있는 통상교섭 업무의 지경부 이관이 시간문제로 떠오른 만큼 윤 장관의 통상교섭 업무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공존하고 있다.
◇산업정책 전반에 능통한 ‘지경부 살림꾼’ = 윤 장관은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지난 1982년 공직에 입문했다. 산업 정책과 에너지, 통상 업무를 두루 경험하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윤 장관은 옛 공업진흥청, 상공자원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를 거쳤다. 지경부에서는 산업정책과 과장, 산업경제정책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는 등 산업정책 전반에 능통한 ‘산업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위원회 사무국장, 자원정책개발관 등 에너지 분야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정통 관료로서 충실히 다져온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박근혜 대통령에 점수를 받으면서 장관으로 내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윤 장관은 지난 2010년 2월 지식경제부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된 지 한 달 만에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이듬해 5월부터 지식경제부 제1차관을 맡는 등 정치권으로부터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았다.
윤 장관은 차분하면서도 실무를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국장 시절에도 일선 과장급 업무를 자신이 직접 챙길 정도로 실무를 중시한다. 또 원만한 성격으로 소통을 중시해 부하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과 미국 델라웨어주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평소 전문 서적을 자주 들여다보고 “공부 안 하는 공무원은 자격이 없다”는 소신을 피력할 정도의 학구파다.
외국인의 투자 유치를 위한 ‘외국인직접투자법제 해설’, 해외자원개발 분야 전문 서적인 ‘국제석유개발의 이해’등의 책도 펴냈다.
◇통상교섭 수행 능력에는 ‘기대 반, 우려 반’ = 지경부에서는 윤 장관이 통상교섭 업무를 연착륙시킬 적임자라는 점에서 현직 차관 중 유일하게 장관으로 발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장관은 외교통상부에서 떨어져 나오는 통상교섭 분통상교섭본부와 지식경제부라는 두 조직을 융합시켜 시너지를 만드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의 통상업무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장관으로 내정되고서 그는 “이미 통상과 산업 융합의 밑그림이 완료됐다”며 통상업무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려 애썼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가장 윤 장관을 괴롭혔던 건 통상정책에 대한 전문성 여부였다. 그는 청문회에서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 시절, 정상외교의 통상 부분을 담당했다”며 통상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연도와 참가국, 한국의 분담액 등을 묻는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서 자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경위는 윤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적격,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미흡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지경위는 경과보고서에서 윤 장관의 통상교섭 업무의 수행 능력에 대해 “경험과 철학, 정책추진 소신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 장관은 취임식에서 “국익과 경제적 실리에 충실한 통상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면서도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통상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관계부처 및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통상이 가지는 사회적 여파를 가볍게 본 채 서둘러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결정했다가 정권 초기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장 이달 말부터 한·중·일 FTA 1차 실무협상이 시작된다. 윤 장관이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산업·에너지와 통상을 아우르며 안정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