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지금이 오히려 투자 포트폴리오에 콩과 구리, 석유 등을 포함할 적기가 될 수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석유와 금 등 미국에서 거래되는 주요 원자재 가격을 종합한 다우존스-UBS상품지수는 12일(현지시간) 133.85로 지난 7개월간 10% 하락했다. 이는 2년 전에 비해서는 22% 떨어진 것이다.
이는 구리와 석탄,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지난 10여년의 원자재 전성기에 이뤄졌던 투자에서 비롯된 공급 과잉 문제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올들어 글로벌 광산업체들이 수장을 잇따라 교체한 것도 시장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 2위 광산업체 리오틴토는 과잉 투자와 수요 둔화 등으로 지난해 약 30억 달러(약 3조39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내자 톰 알바니스 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전격 사임했다. 최대 광산업체인 BHP빌리턴도 지난 2월 마리우스 클로퍼스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앤드류 맥킨지 구리사업 부문 책임자가 뒤를 잇기도 했다.
다우존스-UBS지수는 절정에 달했던 2007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2003년 말과 비슷한 수준으로 후퇴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의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감축)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면 원자재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상품시장 낙관론자들은 원자재 가격의 최근 하락세와 관련해 시장이 너무 과잉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이체방크의 요르게 베리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수요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전체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프란시스코 블랜치 상품리서치 대표는 “철광석과 알루미늄, 원유 등의 원자재 가격은 이미 이익을 낼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반면 생산비는 오르는 추세여서 결국 원자재 선물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원자재시장이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인플레이션 보호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OA의 조사에 따르면 금속과 농산물, 에너지 등의 원자자 투자 수익률은 지난 1930년 이후 현재까지 연평균 8%로 미국증시의 11%에 비해 낮다. 그러나 블랜치 대표는 “원자재는 변동성이 적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여주며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포트폴리오에 이를 포함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시장이 전성기를 누렸던 1940년대와 70년대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로 상대적으로 증시와 채권시장이 나쁜 성과를 보였던 때라고 WSJ는 전했다.
현재 선진국은 인플레이션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각국 정부의 통화정책 완화와 정부의 높은 재정적자 등으로 언제라도 부각될 수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슈퍼사이클(super cycle)
10~20년의 장기적인 가격상승 추세를 말하며, 원자재 등 상품시장 가격의 폭등으로 주목 받게 됐다. 2003년부터 시작된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곤두박질쳤으나 2010년을 기점으로 다시 치솟았으며 최근 금과 원유를 중심으로 다시 조정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