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등이 전기차 출시 시기를 두고 치열한 눈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경쟁 업체보다 무조건 일주일 먼저 출시해야 된다”는 특명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들 업체가 출시 시기에 민감한 것은 충전 규격, 보조금 등 아직 정비되지 않은 현안들을 자사에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속내가 깔려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 르노삼성이 전기차 ‘SM3 Z.E.’를, 한국GM이 전기차 ‘스파크 EV’를 국내 시장에 출시할 방침이다. 또 기아차는 내년 초 ‘쏘울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현재 출시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들 업체들이 전기차 출시 시기에 민감한 데는 충전소 인프라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BMW의 양산 전기차의 완속 충전 방식은 모두 같다. 그러나 충전이 30분 이내에 되는 급속 충전 규격은 한국GM과 BMW를 제외하면 업체별로 달라 호환이 되지 않는다. 규격이 통일되지 않으면 한 충전소에 3개 이상의 다른 규격의 충전기를 설치해야 하는 만큼 인프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업체들은 전기차 충전 규격 표준을 자사 방식으로 끌고가기 위해서는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기아차가 한 발 물러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 환경부는 기아차 레이의 ‘직류(DC) 차데모’ 방식과 르노삼성 SM3 Z.E.의 ‘교류(AC) 3상’ 방식을 보급하고 있다. 한국GM과 BMW의 ‘DC 콤보 타입’은 아직 표준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레이는 기아차가 지난 2011년 12월 정부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판매하기 위해 출시한 차다. 반면 내년에 내놓을 쏘울은 국내와 해외 시장, 특히 전기차 시장이 성숙한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쏘울 전기차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채택하는 DC 콤보 타입을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수출과 내수용의 충전 규격을 다르게 가져갈지, 아니면 통합할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17일 서울·제주·강원·경남 등 10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전기차 보급 설명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지자체 뿐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보조금과 충전 규격에 대해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