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효과’란 말이 있다. 미꾸라지가 들어있는 수조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면서 더욱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현상을 뜻한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위협과 자극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설명할 때 종종 사용된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2003년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발표하고 외국계 금융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한때 선진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계 금융사가 국내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2015년까지 홍콩,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비전을 발표한 것이다.
당시 허황된 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우수한 인재가 몰리는 데도 해외 진출은 고사하고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었던 금융사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오랜 고민 끝에 나온 특단의 조치였던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동북아 금융허브 비전 발표 이후 올해로 10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간 국내에서 영업 중이던 외국계 금융사 중 은행 13곳(HSBC 한국법인 제외), 보험사 5곳(ING생명 제외), 증권사 6곳, 자산운용사 3곳, 여신전문금융사 3곳 등 총 31개사가 철수하거나 영업을 축소했다.
또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은커녕 대외적으로 우리나라 금융산업과 금융당국에 문제가 있다는 시그널만 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계 금융사에 기대했던 메기효과도 얻지 못했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우리나라에서 금융사의 경쟁력은 정부 ‘눈치보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토양에서는 외국계 금융사도, 국내 금융사도 커 나갈 수 없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여전히 정부는 자신들의 손아귀에 금융사들을 움켜쥐려 하고 금융사들도 ‘관치의 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금융한류’ 비전은 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의 꿈과 무엇이 다른지 고민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