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중국 고사에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흔히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로 함축하고 있다.
반포지효란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성이라는 뜻으로,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를 봉양하며 그 길러 주신 은혜를 갚는 효행을 이르는 말이다.
트레이 파커의 말과 중국 고사를 면밀히 살펴보면, 가족이란 곧 사랑과 효의 근본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가족의 의미는 시대와 국가, 그리고 다양한 문화 속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 변화는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수백 아니 수천 년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가족애(愛)와 어버이에 대한 효(孝)가 바로 그것이다.
이 때문일까.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모자 살인사건의 결말은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모자 실종사건을 최초 제보한 차남 정씨가 어머니와 형을 죽이고, 강원도와 울진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정씨가 금전문제로 어머니와 사이가 나빠졌고, 어머니와 같은 집에 살던 미혼인 형과도 관계가 좋지 않아 이 같은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의 범행 동기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씨가 잔혹하게 살해한 어머니와 형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안위를 가장 먼저 걱정해 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눈 가족이다.
그런데도 정씨가 가족을 살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언컨대, 정씨에게 살해 이유 따위는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법은 친족살해, 그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사회는 지탄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처벌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보다 엄중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씨와 같은 패륜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범죄 전문가들은 황금만능주의와 같은 가치의식의 전도와 학교 교육의 구조적인 모순, 그리고 폭력을 미화하는 사회 풍조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황금만능주의다. 이는 곧 돈이면 권력도 살 수 있고,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 때문에 살인이 너무도 쉽게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또 가족은 그 어떤 (사회) 구성원보다 더 위대한 집단이다.
패륜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효사상의 고취’가 아닐까 생각한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고, 하늘의 법칙이며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기 때문이다.
반면 부모들은 청소년 세대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이견의 차를 좁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된다면, 정씨가 저지른 것과 같은 제2, 제3의 패륜범죄는 이제 익숙한 단어가 아닌 다소 생소한 단어로 다가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