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늘어가는 국가부채와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의 정책대응을 두고 강한 비판의 목소리도 일제히 쏟아냈다.
의원들은 날로 심각해지는 국가부채를 들며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지적했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6% 수준이고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가 국가 부채의 50%를 넘어서며 나라 곳간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도 “국가채무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36.2%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지만 여기에 공기업과 공공기관 채무를 넣으면 1000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비판의 방향은 정부의 재원대책으로 옮겨 갔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공약 가계부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약 가계부로 늘어날 재정 수요를 감당할 방법은 결국 세제개편 아니냐”라고 말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더 직접적으로 ‘증세’를 거론하며 현 부총리를 몰아세웠다. 문 의원은 “지금 당장은 증세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증세가 필요할지, 또 한다면 어느 시기에 어떤 방향으로 할지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현 부총리는 의원들의 질의에 맞는 답변을 하기보다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재정건전성과 관련해서는 “국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재원 마련 대책과 관련해서도 △세입·세출구조 개선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정비 등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며 이 같은 재원 마련 대책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게 안 되면 증세를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 부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동안 잦아들었던 현 부총리의 ‘역할론’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정부가 옛날처럼 정책 발표만 하고 실천은 안 하면서 스스로 신뢰 없는 집단이 돼 가고 있다”며 “바깥에서 보기에는 매우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류성걸 의원도 “부총리는 경제 관련 정책을 총괄 지휘하고 집행을 책임지며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는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감은 예기치 않게 ‘국감스타’도 배출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세은 교수(충남대 경제학과)가 여야 의원들의 질문을 받으며 각종 경제정책 현안에 대해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가면서다. 이 때문에 정 교수가 참고인으로 출석한 국감 후반부에 들어서는 정작 국감의 대상자인 현 부총리의 존재감이 흐릿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