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나흘째 진행된 17일 상임위 곳곳에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며 무려 7곳이나 파행을 빚었다.
야당은 소소한 것까지 꼬투리를 잡아 파행을 유도했고, 정부와 여당은 내부문건을 흘리고 도발적인 발언 등을 통해 파행 빌미를 제공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감사시간만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파행을 빚은 상임위는 기획재정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환경노동위, 보건복지위, 산업통상자원위, 안전행정위, 국토교통위 등 감사를 진행한 13곳 중 절반이 넘는 7곳이나 됐다.
기획재정위는 여야 간사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등 증인 1인과 참고인 3인을 출석시키기로 합의했다가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감사가 중지됐다.
미래위는 민주당이 국정감사 불출석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에 대한 원칙을 정하자고 주장해 개회를 지연시켰다.
환노위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하면서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마찰을 빚으면서 정회됐다.
복지위는 보건복지부가 작성해 새누리당 의원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야당 의원 발언 대응방안’을 담은 문건이 노출되면서 논란이 됐다.
산업위는 밀양송전탑 문제와 관련한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갈등이 빚어져 감사가 중지됐고, 안행위는 국정원 댓글 수사에 대한 질의가 이어진 서울지방경찰청 국감에서 여야가 소리를 높여 싸우다가 감사가 중단됐다.
국토위도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자격 논란을 두고 다툼이 벌어지면서 개회 50분만에 정회가 선포되기도 했다.
일부에선 매년 그렇듯 막말과 고성이 오가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재연했다.
특히 기재위에선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야당에게 “잘 모르고 떠든다”고 말해 여야 감정이 격해지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어떻게 동료의원들에 ‘떠든다’고 말하느냐”고 따졌고 같은 당 설훈 의원이 가세하면서 싸움이 커졌다. 이 의원도 질세라 “설훈 의원은 잘 모르면 가만 있으라”고 언성을 높였고, 설 의원은 “내가 왜 모르냐. 숫자 다 있는데”라고 고함을 지르는 등 한참 동안 높은 소리가 오갔다.
이를 두고 국회가 정부를 상대로 질의하는 대신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부실감사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국감은 피감기관만 630개에 달하는 등 사상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지만 각 의원들에 주어진 질의시간은 단 10분 뿐. 이마저도 여야 정쟁으로 소모되면서 정책감사는 진즉에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운영위 관계자는 “감사 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게 더 문제”라며 “여야 의원들이 국정감사의 기본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다시 한 번 떠올린다면 소모적 논쟁을 보다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