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하락세가 심상찮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8개월만에 지지선인 1070원대가 무너지더니 나흘 연속 떨어져 달러당 1060원 선에 턱걸이했다. 21일에는 0.8원 내린 1060.0원으로 외환시장이 개장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1050원선도 붕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차별화된 원화 움직임에 경계감을 내비쳤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연기 등 불확실성 증대로 외국인 자금유입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낼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진 환율은 달러당 105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에 대한 걱정도 떨칠 수 없다.
원화는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2.9원 내린 달러당 1060.8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24일 1163.5원으로 마감한 후 4개월 만에 100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지난 1월 18일(1057.20원) 이후 9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전일대비 4.7원 떨어지면서 1066.80을 기록, 1070원선이 붕괴된지 사흘만에 1060원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기획재정부는 18일 “당국은 최근 외화자금 유입과 환율 움직임에 역외의 투기적 요인이 없는지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라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하지만 당분간 이같은 원화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환율 하락 요인이 여전히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양적완화 축소가 연기된데다 부채한도 협상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해 달러는 지속적인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유럽 재정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20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행진과 양호한 펀더멘털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외국인 자금이 계속 유입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1070원에서 1060원선으로 가파른 속도로 하락한 만큼 연말 2010년 이후 최저수준인 1050원선을 깨고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 1050원선은 우리나라 수출 업체들의 손익 분기점이 조정되는 지점이어서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환율유지를 위한 정부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환율의 속도와 방향 등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하면서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역외 투기성 요인의 움직임에 대한 지나친 환율 쏠림을 경계하고 자금 변동성을 줄이는 등 기존의 당국의 스탠스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2단계 토빈세 도입 역시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