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나랏빚에 재정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자 정부도 재정정보를 투명하게 밝혀 스스로 성과를 검증하고 국민의 감시를 받기로 했다. 이러한 재정정보 공개 방안이 재정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란 게 정부의 기대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2013년 1~9월(누적) 중앙정부 재정수지’에 따르면 통합재정수지는 조세수입이 4조6000억원, 자본수입이 8000억원 줄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6000억원 감소한 236조원을 기록했다. 통합재정지출은 1년 전에 견줘 4조3000억원 늘어난 238조100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처럼 자본축적이 목적인 사회보장성기금 흑자(26조9000억원)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29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조6000억원 늘어난 수준으로 44조6000억원을 기록한 2009년 이래 최대치다. 이는 경기부진으로 세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활성화 정책 추진을 위해 재정조기 집행을 강화함에 따라 재정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부는 9월까지 관리재정수지가 전년 동기 대비 수입 감소 포이 둔화되고 지출 증가 폭이 축소됨에 따라 상반기 보다 17조 2000억원의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어 연말까지 당초 추경 예산상 계획된 적자규모 23조 4000억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역시 2010년 이후 매년 10조원대의 적자에서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재정건전성 훼손이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는 나라살림 정보공개 강화 등을 통해 재정 성과관리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부쳤다. 기획재정부는 28일 재정관리협의회를 열고 내년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흩어져 있던 재정정보를 한 데 모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는 ‘통합재정정보 공개시스템’을 구축해 주요 재정정보를 자동으로 즉시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2015년부터 본격 운영되는 이 시스템은 중앙정부 재정뿐만 아니라 국가재정 범주에 속하는 민간투자사업, 지방재정,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전체에 대한 정보를 아우른다.
각종 재정정보에 대한 발표 시기도 좀 더 촘촘해진다. 연간이나 분기로 발표하던 세수 및 세외수입 실적, 중앙정부 채무, 재정수지 등은 매월 ‘월간 재정동향’ 책자에 담아 발표하기로 했다. 부담금 징수 실적이나 국가채권 등 정보 공개는 월간에서 분기 단위로 앞당기고 월간 총량으로 공개되는 예산 집행 실적은 개별 단위사업별로 공표한다.
내년부터 7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구분회계를 도입해 부채의 발생 원인을 검증하고 이후에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올해 12월에는 공공부문 부채와 유형별 지방 공기업 부채 증가원인 분석 자료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재정사업관리제도도 대폭 개편된다. 앞으로 정부 돈을 받는 사업의 평가 결과를 ‘빨강(미흡)·주황(보통)·초록(우수)’의 3색 신호등으로 표시한 PI보드를 적용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각 부처가 자신들의 사업을 스스로 평가하도록 돼 있었던 ‘재정사업 평가’는 기재부가 성과계획서에 반영된 성과와 PI보드 결과, 사후평가를 종합해 판단을 내리는 방식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