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이 올해 해외 생산거점 구축에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저렴한 중동산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이라크에 생산거점 구축을 추진하고 있고 셰일가스와 관련해선 직접 미국 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해외 원료산지 거점을 만들어 원가경쟁력을 확보, 사업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다.
20일 한화케미칼에 따르면 방 사장은 전날 장교동 한화빌딩 사옥에서 모하메드 자인 이라크 산업부 차관과 만나 현지에 에탄과 천연가솔린을 활용한 에틸렌 생산설비(크래킹 센터) 및 유화제품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 사업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총 투자비는 약 4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화케미칼의 이번 합작사업 추진은 저가원료를 선점하기 위한 차원이 크다. 원료산지에 직접 진출, 에탄과 천연가솔린 기반의 대규모 생산거점을 구축함으로써 최근 득세하고 있는 중동, 북미산 저가제품들과 동등한 원가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해외 원료산지 거점구축.’ 한화케미칼의 중장기 핵심전략이자 방 사장이 올 초부터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방 사장은 지난 10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8차 걸프석유화학연맹(GPCA) 연례포럼에서도 “값싼 셰일가스를 이용하는 북미 에탄가스 기반 업체들은 원가경쟁력이 높아져 아시아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동, 북미 등 원료경쟁력이 높은 지역 파트너와 긴밀한 협력과 기술제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사업 내용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미국 셰일가스 기반의 대규모 에탄크래커 건설도 방 사장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역시 미국 현지의 값싼 셰일가스를 활용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전략이다. 특히 국내 민간기업이 셰일가스 공장 설립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위해 방 사장은 올 한해만 3번 이상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현지 파트너사들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지난 10월 미국으로 날라가 물색한 파트너사 대표들과 만나고 오기도 했다. 대규모 사업인지라 확실한 파트너사 선정이 중요한만큼 방 사장과 한화케미칼 실무진도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연료산지 거점 구축은 올해 한화케미칼의 핵심전략이고 앞으로 몇 년간은 이 전략이 지속될 것”이라며 “방 사장도 임직원들에게 거듭 강조하는 부분인만큼, 중동과 미국에서의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