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1년 국정과제 평가에서 경제분야가 ‘낙제점’을 받으면서 개각설의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부처별 업무평가를 성적표 삼아 경제팀을 중심으로 내각에 전면적인 인사쇄신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말실수와 부적절한 언행으로 설화에 휘말린 만큼 어떤 형태가 됐든, 그 후폭풍에서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1년간 140개 국정과제의 진행상황을 점검한 결과 경제분야의 성과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평화통일 기반구축 등 4대 국정기조별 평가를 보면 평화통일 분야가 17개 과제 중 7개 과제(41%), 국민행복은 64개 과제 중 14개(22%), 문화융성의 경우 10개 과제 중 2개(20%)가 ‘우수’ 성적을 받았다. 이에 반해 경제부흥 42개 과제 중 ‘우수’ 평가는 6개(14%)에 그쳤다.
14대 전략별 국정과제 평가결과 순위에서도 경제민주화(6위), 민생경제(9위), 맞춤형 고용복지(10위), 창조경제(11위) 등 경제 분야 핵심 국정과제들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국조실은 관광진흥법·서비스기본법·크루즈육성법 등 각종 법안의 입법 지연,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합의 과정에서의 갈등해소 부진, 선제적 대응 미흡 등을 경제부흥 분야가 낮은 평가를 받은 배경으로 지목했다.
부처별 종합평가에서는 국방부와 여성가족부, 외교부가 상위 3개 부처로 선정됐다. 국조실은 이날 어떤 부처나 기관이 하위를 차지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정과제 평가 결과를 분석해보면 경제부흥 중 낮은 성적표를 받아든 국정과제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민생경제), 미래창조과학부(창조경제), 고용노동부(맞춤형 고용복지), 공정거래위원회(경제민주화) 등 경제부처들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평가를 받았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경제부처가 지난 1년간 공과에 대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음에 따라 잠시 수그러들었던 개각설도 다시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향후 개각에서 부처별 업무평가 결과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처 평가가 대폭의 후속 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이번 국정과제 평가 결과에 최근 카드사 고객정보 대량유출 사태와 관련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던 현오석 부총리와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한 언행으로 논란을 빚은 윤진숙 장관 등은 적잖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조실 측은 “국정과제에 대한 평가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정성과를 거두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에 부처별 하위기관이 어디인지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도 “이번 평가가 부처별 줄세우기도 아니며 성적표를 받은 부처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줄 계획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관가 일각에서는 업무보고·부처평가 성적에 따른 후속인사가 대폭의 개각이 아닌 기재부 등 내부 인사 적체 해소 차원에서 차관급 등 고위관료 인사로 분위기 쇄신을 꾀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