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일어난 이튿날 새벽, 리조트 운영 주최인 코오롱그룹 이웅렬 회장은 곧바로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무너진 건물을 뒤로하고 ‘엎드려 사죄하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사과 성명을 냈다. 사업장을 운영하는 회사 총수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웅렬 회장의 행보는 사뭇 낯설게 다가왔다.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기업 총수가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는 일이 재계에선 드물다. 아니 없다고 봐도 된다. 굳이 나설 이유도 없고, 자칫 좋은 소리를 못듣기 일쑤인 탓이다.
반면 이튿날 사과 성명을 냈던 이웅렬 회장은 이날 오후 빈소가 차려진 병원을 찾았다. 누가 봐도 그를 반겨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 이 회장은 조문을 마치고 직접 유가족을 위로한 다음 자리를 빠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진심이 없어보였고, 조문도 형식적이었다는 비난이 또 쏟아졌다.
짐작했지만 이웅렬 회장의 이런 조문은 얼마쯤 예상했던 결과다. 이 회장은 언제나 장례식을 가장 먼저 찾는 재계 총수였다. “결혼식에는 못가도 장례식에는 반드시 달려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재계 주요 인사의 빈소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인물이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모 별세 소식에 가장 먼저 상복을 차려입고 빈소에 달려간 사람이 그였다. 정몽구 회장 부인 이정화 여사의 별세 때에도 마찬가지. 빈소에 먼저 왔지만 당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조문을 기다렸다 빈소에 들어섰다.
대학생 희생자 빈소를 찾은 이 회장에게 진정성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기본적인 도리조차 다하지 않았던 다른 기업의 행태와 코오롱 그리고 이웅렬 회장의 행보는 분명 달랐다.
이웅렬 회장과 코오롱을 두둔할 이유도, 그럴 마음도 없다.
오히려 이번 사고에 대해 코오롱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고 그룹 차원의 대비책도 내놔야 한다.
그럼에도 이 회장의 행보가 남다른 이유는 분명하다. 비난받을 자리에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여느 총수와 달리 도리를 다하겠다는 이 회장의 행보는 기억해야 한다. 보상을 위해 사재를 내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현대차와 코오롱은 그룹 규모가 다르고, 재계 서열도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현대차와 코오롱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격차가 크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 앞에서 기업의 중과를 따질 수 없다.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이든, 이를 이용하는 고객이든 똑같이 존귀하다. 재계의 많은 기업 총수가 젊은 회장님이 이끄는 코오롱을 닮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