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최근 건조한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인 LNG-FSRU는 신성장 부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다 위 LNG 기지’로 불리는 LNG-FSRU는 LNG선이 가져온 가스를 액체 상태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기화시켜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으로 수송하는 설비다. 쉽게 말해 육상의 LNG 저장소인 LNG터미널 역할을 바다 위 선박이 대신해 주는 것이다.
LNG-FSRU의 가장 큰 장점은 육상에 만드는 LNG설비보다 공사기간이 1년 정도 짧고 건설비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육상의 LNG 설비는 공급 역할이 끝나면 철거해야 하지만 LNG-FSRU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LNG-FSRU는 연안에 장기간 정박해 육상에 가스를 공급한다. 이 설비는 최대 10년 동안은 도크의 유지보수(Dry-docking) 없이 바다 위에 떠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덕에 LNG-FSRU는 에너지 부족으로 단기간에 LNG 공급기지 건설을 원하는 중남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건조를 완료, 리투아니아 연안에 설치될 LNG-FSRU인 ‘인디펜던스(Independence)’호는 리투아니아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육상가스관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LNG를 공급받아왔던 리투아니아는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국가의 가장 큰 과제였다.
지난 2009년에는 그루지야 탄압에 반발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LNG 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자 이 지역의 에너지 안보는 화두로 떠올랐다. 리투아니아가 선박 이름을 ‘독립’을 뜻하는 인디펜던스호로 명명한 것도 에너지 독립이라는 절대적 과제에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년여의 연구 끝에 LNG-FSRU의 독자설계 능력을 갖췄다. 특히 해당 LNG-FSRU에는 액체를 기화하는 온도 수준을 기존 영하 160도에서 영하 40도로 높여 부품의 교체 주기를 줄이는 신기술을 적용했다. 이외에 도크에서 받는 유지보수 주기를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 것도 혁신적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진수한 부유식 LNG 생산설비인 ‘프리루드(Prelude) FLNG’도 국내 조선업체의 높은 기술력을 보여준 사례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설비다. 기존에는 해저 가스전에서 뽑아 올린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으로 보낸 뒤 이를 액화·저장해 두었다가 LNG선으로 수요처까지 운송했지만, FLNG는 해상에서 이러한 모든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설비는 기존 방식보다 가스전 개발 비용이 저렴하고 해저 생태계 파괴 우려가 적다는 점이 장점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FLNG 진수를 차질없이 진행해 향후 수주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13개 FLNG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19개 프로젝트가 기획 단계에 있다.
에너지시장 분석기관인 더글러스 웨스트우드는 올해 초 2020년까지 6년간 FLNG 프로젝트 투자 금액이 6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국내 조선사가 이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물량도 한국 조선업계가 모두 가져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유전부문에서도 국내 업체의 신기술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울산에서 골리앗 ‘원통형 FPSO’를 건조 중이다. 이 원통형 FPSO는 자체 중량 5만3000톤, 지름 112m, 높이 75m 규모로, 우리나라가 하루 사용하는 원유의 절반가량인 100만 배럴(bbl)을 저장할 수 있다. 원통형 FPSO는 기존 선박형 FPSO보다 바람과 조류, 파도 등 거친 해상환경에 강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지만, 설계상의 어려움 때문에 30만 배럴급 이하 소규모로 제작돼 왔다.
삼성중공업은 해양시추선인 드릴십 부문의 강자다. 1996년 처음으로 드릴십을 수주한 삼성중공업은 현재 전 세계 드릴십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