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3국간 공조 체제를 확인하고 가까운 시일 내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오후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지인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핵의 평화적 이용과 비확산’을 주제로 취임 후 첫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조만간 개최키로 합의하면서 지난 2008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렸던 6자 수석대표 회의를 마지막으로 중단된 북핵 6자회담 재개의 단초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3국 정상은 또 북한이 핵무기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중국이 대북 설득과정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중국의 협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데도 의견을 모았다. 중국은 아직까지 6자회담의 조건 없는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정상은 6자회담 재개와 관련,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여건 아래서 6자회담이 추진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관련협의를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핵문제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데, 한·미·일 3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며 “북한이 진정성을 바탕으로 비핵화의 길로 나아간다면 북한주민들의 어려움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시작 전 “우리가 구체적으로 (3국) 결속을 어떻게 심화할 수 있는지, 외교적으로 또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공동 군사작전, 그리고 미사일 방어시스템(MD)을 통해 어떻게 더 심화시킬 수 있는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과 미국, 한국이 북한 현안에서 긴밀한 공조 체제를 재확인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핵이나 미사일 이슈, 그리고 남북 간 이산가족 등 인도주의적 현안과 관련해 북한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3개국이 협력해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담은 한일 정상이 2012년 5월13일 이후 2년여 만에 만났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님,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등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일본의 노력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찬탈 시도와 왜곡된 역사교과서,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갈등이 촉발된 주요 현안이 의제에서 빠져 한일 간 긴장관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 총리가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아베 총리의 측근은 고도담화 대체를 시사하는 등 일본 내에선 두드러진 태도변화가 없다는 점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FAZ) 인터뷰에서 “일본 지도층 정치인들이 현재 55명만이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동북아의 긴장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