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로 인해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에 잠기면서 그 여파가 소비자 경제 전체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리적 트라우마에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레저 및 야외 활동도 자제하면서 소비 활동이 위축된 것이다.
5월 가정의 달 ‘황금 연휴’을 앞뒀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 길은 뜸해졌다.
소비와 직결된 유통업체들의 실적은 곧 바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의 18∼20일 매출은(기존점 기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줄었다. 현대백화점도 이달 들어 20일까지 13개 점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상승했지만, 사고가 있었던 지난주(14∼20일) 매출은 오히려 0.5%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고 발생 이틀째인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이마트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7%, 의무휴업이 없었던 2주 전(4월 3∼6일)보다 1.25% 줄었다. 롯데마트도 지난 17∼20일 매출이 작년보다 3.2%, 의무휴업이 없었던 2주 전보다 3.7% 각각 감소했다.
홈쇼핑의 매출 타격은 더 심각하다. CJ오쇼핑은 지난 주말인 19일과 휴일인 20일 매출이 전주보다 20.0% 줄었다고 밝혔다. GS샵도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매출이 전주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하락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사고 보도에 쏠린 데다, 애도 분위기에 따라 쇼핑을 자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행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각 지역 협회를 통해 조사한 결과, 서울 지역 일부 여행사들은 학생, 공무원 등의 단체 여행 취소율이 지난 18일 기준으로 50%를 넘어섰다. 특히 제주도, 진도, 목포로 가거나 경유하는 여행과 공무원 연수여행은 대부분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소비위축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소비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미진하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다시 꺾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 국민이 슬픔에 잠긴 가운데, 사회 전반에 걸친 불신감이 지갑을 의도적으로 닫게 하고 있다”며 “소비는 공급자에 대한 신뢰감에서 비롯되는데 지금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1990년대 중반과 지금의 사회 시스템이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며 “소비 심리 회복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욱 SK경영경제연구소 실장도 “세월호 참사가 연간 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줄 만큼 급격한 소비 위축을 부를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월별 소매 판매나 분기 성장률에는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