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섣부른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 인하 결정으로, 관련 협상이 결렬되면서 제조사인 팬택의 경영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의 일방적인 출고가 인하 발표가 팬택에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24일 팬택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베가 시크릿업의 출고가 인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팬택 관계자는 “재고보상금(출고가 인하 차액)과 선구매 물량 범위에 한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양측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출고가 인하 약정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팬택은 그동안 LG유플러스에게 재고보상금을 분할상환하고, 다른 단말기를 새로 구매해 줄 것(신규구매확정), SK텔레콤·KT 등과도 조건을 맞춰줄 것 등을 요구했다. 보통 출고가가 낮아지면 이통사가 보유한 재고 제품의 수량과 깎인 출고가를 반영해 제조사가 이통사에 재고보상금을 줘야한다. 하지만 팬택은 현재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이와 관련해 분할상환 이외의 다른 요구사항은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팬택에서 선구매를 요청한 물량이라도 출고가를 인하해 기존 물량의 판매를 촉진하고, 판매한 수량만큼 추가 구매를 하겠다고 팬택에 전달했다”며 “재고보상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합의를 이뤘지만 선구매 물량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팬택은 그동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와 베가시크릿업의 출고가 인하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통3사의 영업정지가 끝나는 시점에 출고가 인하를 통한 판매 확대로 경영을 개선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LG유플러스와의 협상결렬로 인해, SK텔레콤과 KT와의 협상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베가시크릿업이 이통3사 공통 단말기이기 때문이다. 팬택 관계자는 “그동안 이통3사와 출고가 인하를 두고 다방면에 걸쳐 논의 중이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중이었다”며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일방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보내면서 마찰을 빚었고, 결국 출고가 인하 정책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결국 출고가 인하가 물거품이 되면서 팬택의 경영악화는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8일 ‘팬택 살리기 나섰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베가 시크릿업의 출고가를 95만4800원에서 59만9500원으로 약 37%(35만5300원)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출고가 인하를 통해 팬택의 단말기 판매를 늘려 경영정상화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었다.
이번 협상이 무산되면서 지난 18일 이후 베가 시크릿업을 약 35만원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던 LG유플러스 매장들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할인폭이 법정 보조금 상한선인 27만원을 넘어선 불법 보조금이란 지적이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팬택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불법·편법 보조금으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양측의 합의가 없다면 LG유플러스가 법정 보조금을 넘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앞뒤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