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둔화, 태국 정정불안 등 신흥국 리스크로 인한 실물경기 위축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석유제품·철강·기계 등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신흥국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 이들 국가의 위기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 경기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사업계획에 따라 해외투자 규모를 사전 신고한 금액이 아닌 투자자가 국외로 실제 송금한 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전년동기대비 대(對) 중국 투자액은 29.9% 급감했다. 덩달아 아시아 전체에 대한 투자도 작년 1분기 24억4000만 달러에서 19억2000만 달러로 21.3%(5억2000만달러)나 줄었다.
이렇듯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중국의 경기부진, 우크라이나ㆍ태국의 정정불안 사태 등으로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된 까닭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일부 신흥국의 성장 둔화 가능성으로 투자환경의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비ㆍ투자 등 주요 경기지표 부진으로 저성장 우려가 고조되면서 당장 대(對) 중국 수출 증가율도 눈에 띄게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한달간(1일~20일 잠정치 기준)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수출은 75억85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4.2% 줄었다. 올 1~4월 대(對) 중국수출은 420억51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같은 기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철강 부문의 경우에도 미국·일본 등 선진국 중심의 수출물량 확대에 힘입어 16.8%나 늘었지만 중동(△28.4)·중남미(△14.6)·아세안(△7.2) 등 신흥국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신흥국 금융 불안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높은 외환보유고, 경상수지 흑자 등에 힘입어 다른 취약 신흥국들과의 ‘뚜렷한 차별화’ 현상을 보여왔다. 때문에 외환 부문의 방어 능력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 전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인도,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등 14개 취약 신흥국들에 대한 수출 비중은 40%를 넘는다. 지난달 기준으로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 전체 수출 비중은 24.5%에 달한다. 석유·철강·기계 등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신흥국 수출 의존도도 10%를 넘어서고 있다. 신흥국 경기가 악화될 경우 투자와 수출 감소 등 실물 경기에 대한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흥국 금융 불안이 해당국의 실물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경우 실물경로를 통한 충격의 전이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중국 등 신흥국 리스크로 인한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올해 들어 수출이 매월 400억불 이상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상황이지만 신흥국 경기 둔화 등으로 여전히 하방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민생경제 분만 아니라 대외부문 성장동력과 위험요인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