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소환계획을 조금씩 언론에 흘리면서 삼성 구조본이 향후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특히 검찰의 소환 대상이 이건희 회장은 물론 향후 그룹을 이끌 후계자인 이재용 상무까지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증언 수준을 조율하는 등의 대응방안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박성재)는 4일 공개적으로 이 회장과 장남 이재용 상무에 대한 소환 조사계획을 밝혔다.
특히 삼성 구조본 측에서 강력히 원했던 서면조사에 대해 "사안이 복잡해 '서면조사'는 적절치 않다"고 잘라 말해 향후 '공개소환' 또는 '비공개 소환'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룹 구조본측의 입장은 공식적으론 "입장표명이 없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향후 일정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특히 총수의 소환은 구조본의 입장에선 전시상황과 같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조본측 언론에 대해 상당히 말을 아끼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몸을 사리고 있는 상태다.
일부에선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구조본의 한 관계자는 "아직 비상근무체제는 아니며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찰의 브리핑 내용 전문을 보면 소환이 확실하게 정해진 것도 아니고 날짜도 나와있지 않는 상태"라며 아직은 실낱같은 희망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본측에선 최악의 경우 검찰이 소환을 하더라도 '비공개 조사'를 바라고 있다. 실제로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이 보름 전 몰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서 이 회장 일가에 대해서도 '비공개'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송 사장은 당시 에버랜드 주주로 CB 인수를 포기했던 정황에 대해 조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에버랜드 사건은 한마디로 이재용 상무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마련 작전으로 불리운다. 지난 1996년 10월 에버랜드 이사회는 갑자기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의했다. 2개월 뒤 CB 125만4000여주를 이재용씨 등 이건희 회장 자녀 4명에게 배정하는데 당시 학생 신분이었던 재용씨가 수십억의 자금으로 CB를 매입, 주식으로 바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결국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와 순환 지배구조로 연결되면서 결국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별 지장이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2000년 6월 법학교수, 시민단체 등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공모를 하여 CB를 발행한 것은 재용씨의 편법 승계를 위한 것이라며 회사 관계자 33명을 고발했다.
검찰은 공소시효 하루 전인 2003년 12월 1일 허태학, 박노빈씨를 불구속 기고하고 현재 허·박씨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남겨 두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추가 기소대상으로 이 회장과 재용씨,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등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의 소환 일정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 현 삼성석유화학 사장과 박노빈 사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이 마무리되는 이 달 20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