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경영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오너들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경기불황에 영업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는 올해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상장사를 중심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있다.
KCC건설과 GS건설의 경우 오너들이 직접 유증에 참여하며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정작 본인들은 자금확보에 등골이 휠 지경이다.
KCC건설 유증에는 정상영 명예회장과 정몽열 대표 등 오너 일가가 참여한다.
KCC건설은 지난 18~19일 이틀간 1330억6800만원 규모의 유증을 실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오는 10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1400억원 규모의 회사채(제13회무보증공모사채)를 상환하기 위한 것이다.
KCC건설은 2014년 3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가 984억7603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주주인 KCC가 403억300만원(562만주), 정 대표 270억원(387만주), 정 명예회장이 62억원(89만주)을 각각 출자하기로 했다.
허창수 회장을 비롯한 GS그룹 오너 일가는 GS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200억원대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대표는 지난 5월 28일 GS건설 주식을 제공하고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았다.
이들이 담보로 제공한 GS건설 주식은 모두 98만8100주로 28일 종가를 대입하면 약 359억원에 해당한다. 금융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의 인정 비율이 통상 60~70%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조달한 금액은 215억~251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허 회장 일가는 지난 2~3일 있었던 GS건설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하기 위해 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허창수 회장 536억원 △허진수 부회장 263억원 △허명수 부회장 164억원 △허태수 대표 103억원을 들여 신주를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오너들이 유증에 참여하지 않고 계열사 매각 등으로 정상화에 나선 업체도 있다.
동부건설은 유상증자에 성공했지만 동부그룹 오너 일가의 참여는 없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최근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유증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회장이 사재를 털어 계열사 경영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당시 일각에서는 김 회장을 비롯, 친인척, 동부CNI를 합쳐 70%에 가까운 지분율을 확보한 동부건설의 유증이 주주배정이 아닌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김 회장 일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동부건설은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유증을 지분 확대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다른 방향으로 사재를 출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부그룹은 매물로 내놓은 10여개의 자산 중 일부를 매각했고 계열사 직원들을 통한 유증에도 성공해 현재 5000억원 상당의 자금조달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동부건설 직원들을 강제로 동원한 점 등이 ‘옥의 티’로 남아 있다.
동부건설의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6200억원이 넘는다. 동부건설은 지난 3월 362억원 규모의 유증을 확정했다. 또한 일반공모 유증이 청약경쟁률 0.98대 1로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355억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유동성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중요자산을 매각한 후 그룹 전반의 국내외 영업력이 그대로 유지될지가 변수”라고 설명했다.
한편 코오롱글로벌도 지난 3월 말 1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해 자금운용에 숨통이 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