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작전’. 영화는 주인공 강현수(박용하)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주식을 하다 보면 만날 듣는 소리가 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욕심 부리지 말고 안전하게 투자하라는 거지. 다 웃기는 소리다. 푼돈 쪼개서 언제 목돈 버나.”
한류스타 고(故) 박용하의 유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무엇보다 증권시장에서 일어나는 주가조작을 핵심 주제로 다룬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다. 스토리는 물론 픽션이지만 등장하는 주가조작 수법들은 현실 세계 소위 ‘작전세력’들의 행태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주식으로 얼마 없는 전 재산을 모두 털린 강현수는 와신상담하며 주식의 귀재로 다시 태어난다. “고난과 오역의 5년. 난 주식매매로 먹고사는 개인트레이더가 됐다. 그래 난 개미다.”
그러던 어느 날 일명 작전주로 통하는 주가조작 행위의 기미를 알아차리고 끼어들어 한탕 크게 이익을 본다. 하지만 그 일이 주식깡패 황종구(박희순)의 작업이었음을 알게 돼 위기에 봉착한다. 우여곡절 끝에 강현수는 황종구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작전 패거리의 일원이 된다. 거기서 유서연(김민정), 조민형(김무열) 등을 만난다. 한편인 줄 알았던 그들도 다 각자의 꿍꿍이가 있다.
영화 속에 그려진 작전은 4000원대의 주식을 5만원까지 끌어올리는 계획이다. 황종구 등은 대산토건이 환경기술을 이용해 수질 개선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한결 벤처에 투자한 후, 이 연구 사업이 곧 성과를 이룰 것이란 허위공시를 하는 방법으로 빈껍데기밖에 안 남은 대산토건의 주식을 엄청나게 끌어올린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작전세력 일원들의 면면이다. 먼저 대산토건의 대주주가 합류한다. 여기서 황종구는 이렇게 말한다. “대주주가 딱 버티고 있어야 개미들이 따라오는 법이거든.”
대형 경제비리 사건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도 빠질 수 없다. 영화에서 작전세력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같은 팀원인 브라이언 최(김준성)의 외국인 명의 펀드로 대산토건 주식을 대량 매수한다.
작전세력의 의도는 브라이언과 같은 투자자들의 매매도 외국인 투자로 분류돼 공표되는 점을 이용해 ‘외국인들도 투자하는 우량 회사’라는 인식을 퍼뜨리는 것이다.
일명 ‘쩐주’도 등장한다. 바로 국회의원 등 고위층들의 눈먼 돈을 관리하는 은행 PB(프라이빗 뱅커) 유서연이다. 주식의 귀재인 주인공 강현수는 차트 보는 일을 맡는다.
영화에서는 투자자문업을 이용한 작전도 등장한다. 증권방송 애널리스트 김승범(권형준)은 작전 대상 회사인 대산토건을 방송을 통해 적극 추천하고 이 회사 사장 박창주(조덕현)를 직접 출연시키기도 한다. 그는 “결국 투자는 자기들이 하는 거지. 난 추천만 할 뿐이야”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또 이 영화는 주식 및 작전과 관련한 일화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영화 초반 강현수는 주식으로 어머니 칠순잔치 자금을 모두 날린 친구에게 ‘너 혼자만 알아야 한다’며 오메가 정보통신을 추천하자 그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진다. 결국 여러 사람들에게 퍼져 주가가 이상 급등하게 되고, 이 모든 걸 예상했던 현수는 자기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올린다. 대산건설의 작전 중에는 통정매매가 무엇인지를 술잔을 돌리는 것에 비유해 설명한다.
영화는 주식시장의 무분별한 투자 행태를 비판하며 끝내지 않는다.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황종구가 두번에 걸처 언급하는 “아무리 발악을 해도 되는 놈만 되는 게 세상”이란 대사가 이를 잘 말해준다. 첫번째로 황종구는 강현수를 궁지에 몰아넣으며 이 말을 던진다. 하지만 결국 강현수와 유서연의 합동작전에 역으로 말려들게 되고, 경찰에 잡혀가는 신세가 된다. 수갑을 차며 자신을 향해 같은 대사를 던지는 황종구의 모습은 악역의 씁씁한 뒷모습을 남긴다. 나쁜놈이 아무리 발악을 해도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 결국 승리한다. 이게 바로 감독이 주는 최종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