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플랫폼 경영자와 생태적 자본주의

입력 2014-07-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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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 차기회장, 가톨릭대 교수

시장에서 사람이 중요할까? 물건이 중요할까? 전통적 시장에서는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기 때문에 물건이 중요하다. 하지만 플랫폼전략 관점에서는 기업생태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이 더 중요하다.

구글, 다음과 같은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관중 동원자(audience builders)형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공하면서 기업에서 플랫폼 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 결과 시장의 개념도 사고 파는 전통적 시장에서 주고받는 다원적 플랫폼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통적 시장에는 판매-구매의 마진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만, ‘구매자-중매자(플랫폼)-판매자’의 다원적 시장에서는 구매자생태계와 판매자생태계가 플랫폼을 많이 방문할수록 비즈니스 수익성이 높아진다. 기업생태계를 흥분케 하라. 그러면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미 끝난 셈이다. 이렇게 플랫폼 개념이 도입되면서 시장의 개념이 바뀌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도 달라지고 있다.

시장은 파는 곳이 아니라 노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 축구장, 서울역처럼 플랫폼은 관계형성의 장이다. 플랫폼은 체험의 공간이다. 이제 시장은 생태계 구성원들의 놀이터(playground)가 되고 있다. 서울역 플랫폼에 커피숍이나 모임공간, 쇼핑시설이 많아지는 이유이다. 놀이터인 플랫폼에서 재미를 느낄수록 플랫폼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많아진다. 플랫폼은 관계의 인터페이스(interface)를 만들고, 관계의 촉매제(catalyst)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은 재미비즈니스가 되어야 한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 뜻밖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것을 PASS(platform as a set of serendipity)라 한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맞춰 기업 지도자들의 경영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필요로 한다.

첫째, 물건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조직 중심에서 생태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 경영학에서는 내부조직 이론이 중심이고 생태계와 네트워크 조직론은 별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마케팅 전략에서는 마케팅 수단으로서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만 다루고 있지 People은 빠져 있다. 생태계 없는 조직론, People(사람) 없는 4P론으로는 플랫폼시대를 경영학이 이끌어 가기 어렵다. 그래서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형 세단을 탄 최고경영자들이 저녁에 경영대학 앞에 차를 세우고 경영학이론을 배우려고 했다면, 이제 인문대학 앞에 차를 세우고 있다. 역사나 인문학을 통해 사람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로마와 같은 개방의 역사를 만들어간 지도자들이 장수한 나라를 만든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드라마의 열풍을 이끌었던 ‘정도전’은 사람이 만들어가는 시대 이야기에 국민들이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경영학은 벌과 인센티브라는 2가지로 움직이는 제도경영학을 넘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본주의적 경영학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경영학에 정착되어가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전공자도 드문 편이다. 제도경영학에서 사람은 직책에 따라 권한을 부여하는 권한의 시대를 만들지만, 생태적 경영학에서는 권한-책임-의무 3면이 동시에 중시되어야 한다. 6·25전쟁 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세월호 사건은 권한만 있고, 책임과 의무가 허약한 경영의 한계를 보여준 전형적인 조직 실패이다. 만일 서울에 폭탄이 하나 떨어진다면, 지금의 조직은 책임지고 수습하기보다 상부에 보고만 하는 끔직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두렵다.

둘째, 플랫폼에는 생태계 개개인의 능력과 열정도 필요하지만 이들의 열정을 시너지로 만들어가는 생태계적 상생과 협력정신이 필요하다. 이것이 생태적 자본주의(ecosystemic capitalism)이다. 플랫폼 지휘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더불어(com)’ 함께하면서 개인적인 열정(passion)을 담아낼 수 있도록 지휘해가야 한다. 이것이 Com+Passion=Compassion(연민의식)이다. 상대방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없는 플랫폼은 이해관계자 간 협력이 어렵고 지속가능한 발전도 어려워진다.

기업가는 경제적 실현 가능성(Economic feasibility)만큼 생태적 건강성(ecological integrity)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이 주어지면 내가 다해야지 하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다. 내가 잘 하는 것 제외하고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키워라. 생태계를 키우는 용어와 태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루에 ‘고맙다’라는 말을 많이 쓰고 명령보다 디테일한 질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권위적인 조직보다 알부자(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가 많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알부자를 플랫폼 용어로는 재미를 만들어내는 사람(Serendipiter)이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의 조건으로 네체시타(necessita, 시대성), 비르투(virtu, 역량), 포르투나(fortuna, 운)을 들고 있다. 네체시타가 없으면 비르투는 쓸데없는 능력일 뿐이다. 개방과 사람 중심의 기업조직을 만들어내는 플랫폼 경영자들의 인본주의 경영과 생태적 자본주의 시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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