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남양유업과 함께 ‘갑(甲)의 횡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아모레퍼시픽 사건을 비교적 가벼운 처벌만으로 종결하면서 ‘봐주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방문판매원을 일방적으로 이동시키는 등 대리점에 불이익을 제공한 데 대해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대리점주에 영업사원의 막말과 욕설, 물량 밀어내기 등 사회적 공분을 샀던 일련의 행위를 ‘무혐의’로 처리했다는 내용은 애초 발표에 없었다가 질의응답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남양유업과 아모레퍼시픽 사건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에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의 무거운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액(2조6676억원)이 남양유업(1조2298억원)의 2배 이상이라는 점에서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5억원의 과징금만으로 해당 사건의 ‘면죄부’를 얻게 됐다. 남양유업에서 문제가 됐던 △구입강제 △이익제공 △판매목표 강제 등의 위법행위를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입증할 수 없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판매목표달성을 강요했지만 별다른 불이익이 없었고 물량 밀어내기의 경우에도 부당한 할당량이나 전산망 조작이 없었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설명에 대해 피해자인 판매점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피해점주는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지 1년이 넘었는데, 1년 전에 회사측에서 하던 말을 그대로 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점주들과 함께 사건의 해결을 촉구했던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남양유업 못지않게 매출목표 강제할당이나 밀어내기가 있었다”며 “혐의가 없다는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갑을 관계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공정위가 기업에 다시 ‘솜방망이’를 꺼내 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시민거래센터 윤철한 국장은 “사실, 남양유업만 이례적으로 처벌이 강했을 뿐 공정위가 가맹사업본부에 중징계를 내린 전례가 없었다”며 “최근에 관심이 뜸하다 보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