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즐거울 수 있고 또 즐거워져야만 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창업자 허브 켈러허는 미국에서도 괴짜 사업가로 통한다. 그에게서 근엄하고 지체 높은 ‘회장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으로 직원들 앞에 나타나 농담을 던지곤 한다. 그가 만든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는 지난 2011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구글과 애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이후에도 회사는 10위권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켈러허는 처음부터 항공서비스 사업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한 켈러허는 뉴저지주 대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이후 기업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 뜻밖에 기회가 찾아왔다. 켈러허가 법률자문을 하던 항공서비스 회사의 경영자 롤린 킹이 동업을 제안한 것. 이것이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시작이었다.
비행기 3대로 사업을 시작한 킹과 켈러허는 저비용항공사(LLC) 개념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비행기 1대당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원가를 절감하고 불필요한 서비스를 과감히 쳐내 미국 국내선 1위로 키워냈다. 업계에서는 사우스웨스트의 급성장 배경에는 켈러허의 펀(Fun) 경영 철학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펀 경영의 핵심은 직원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입버릇처럼 “자신의 일에 헌신적인 직원이 회사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직원들이 헌신하는 직장을 만들었냐’는 질문에 “직원들이 그런 직장을 만들었다. 나는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직원을 믿고 그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한다면 직원들의 성과가 더 커진다는 것이 켈러허의 생각이다. 2001년 퇴임 직전까지 그는 전 직원의 이름을 외워 마주치는 직원들에게 이름을 부르며 인사했다. 회사와 직원 사이의 믿음은 강했다. 사우스웨스트는 창사 이래 걸프전, 9·11 사태 등으로 회사가 힘들 때도 한 번도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다. 비용절감 등으로 흑자경영을 통해 꾸준히 보유 현금을 늘려 놓은 데다 직원들 역시 보너스를 반납하는 등 회사와 고통 분담에 나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