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이 한국은 연구분야에서도 성과주의를 강요해 연구자들의 생각할 시간을 빼앗는다고 지적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의 특별행사인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프리미어 포럼’ 참석차 방한한 데니스 홍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기계항공공학과)는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 교수는 “한국의 로봇공학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당장 돈이 되는 것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구 제안서를 쓸 때부터 반드시 연구결과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그는 “반면 미국은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데 투자를 많이 한다”며 “원천기술이나 기초과학을 쌓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연구자는 결과에 쫓겨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을 보면 당장 주어진, 답이 있는 문제는 잘 해결한다”면서도 “그러나 답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생각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할 때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본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이날 로봇공학의 발전 속도에 대한 언급도 했다.
그는 “로봇은 스마트폰과 달리 기계적인 요소가 많아 빨리 발전할 수가 없다”면서 “그런데도 사람들은 영화 때문에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왜 이런 것은 안 되느냐’, ‘이런 것은 언제 나오느냐’ 하고 물어와 매우 난처하다”고 말했다. 로봇공학이 발전하려면 투자를 한 뒤 기다리는 문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그러나 로봇 공학의 발전 수준이 늦더라도 실제 인간의 삶에는 이미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자동차는 로봇이 아니지만 무인 로봇자동차의 기술을 사용해서 개발한 것”이라며 “의족 등 지체장애인을 위한 인공근육도 로봇에 사용했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홍 교수는 2004년부터 인간과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기 시작해 ‘다윈’이라는 로봇을 개발, 현존하는 미국 3대 발명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