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3분기 매출액증가율이 5년 1분기내 가장 큰폭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폭의 역성장세다. 이는 원화강세와 함께 전기전자업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매출이 부진한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이 26일 상장기업 1519곳과 주요 비상장기업 151곳(금융·보험업 및 공정거래위원회 지주회사 제외)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발표한 ‘상장기업 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의 올 3분기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 줄었다. 이는 2009년 2분기(-4.0%) 이후 가장 큰폭의 감소세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매출액의 원화 환산액이 줄었고, 제조업의 매출액도 나빠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달러 평균 환율은 작년 3분기 1087.4원에서 올 3분기 1033.2원으로 5.0% 하락, 즉 원화 가치가 상승했다.
◆전기전자업 매출액증가율 -13.7%로 ‘뚝’ = 제조업 매출액증가율도 –5.2%를 기록, 상당히 저조했다. 2009년 2분기(-5.5%) 이후 최대 내림폭이다. 특히 국내 대표 업종인 전기전자업의 매출액증가율은 -13.7%로 추락했고, 석유·화학(-4.9%)도 감소해다. 박 팀장은 “전기전자 업종이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 등으로 타격을 받았다”며 “이와 함께 석유화학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다보니 석유제품 가격이 내렸고, 재고평가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선업(2.8%)은 증가세로 전환됐다. 그러나 작년 3분기(-8.5%)에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분기에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자동차는 3.9%로 집계, 작년 3분기(3.2%)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기업들 1000원 팔아 42원 남겨 = 기업들은 매출 감소로 성장성이 악화된 것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부진했다. 기업들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4.2%로 전분기와 같았으나 작년 3분기(5.1%)보다는 축소됐다. 기업들이 올 3분기에는 1000원어치를 팔아 42원을 손에 쥐게 됐다는 의미다.
업종별로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전기전자(9.1→5.8%), 자동차(6.3→3.7%), 조선(3.2→-10.7%), 석유·화학(3.4→2.3%) 등이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큰폭으로 줄어 눈에 띈다. 자동차의 경우 매출액증가율이 확대됐음에도 영업이익률이 감소한 원인은 환율 하락, 수출부진, 파업 등이 꼽혔다.
기업들의 세전이익률도 올 3분기 3.0%로 집계, 전년동기(4.6%)에 비해 축소됐다.
◆성장성·수익성 저하…안정성은 개선 =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1년전 같은 기간(477.6%)에 비해 389.4%로 낮아졌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이자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
영업수익으로 이자를 감담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의 비율은 전체의 30.5%를 차지했다. 1년전 같은 기간(29.5%)에 비해 0.1%포인트 확대됐다.
기업의 재무안전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3분기말 92.7%로 2분기말(94.3%)에 비해 개선됐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도 25.2%로 전분기말(25.4%)보다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