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가 5일 또다시 격돌했다. 1945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명박 정부 양대 거시경제정책 수장으로서 종종 갈등을 빚었다.
두 전직 수장의 이번 충돌은 강 전 장관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 실록’이 발단이 됐다. 강 전 장관은 이 책에서 “한은이 물가안정이라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실책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한은의 환율 정책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한은을 ‘외환시장의 차르(절대군주)’라고 칭하며 “한은이 위기 때 환율 관리를 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 전 장관은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50원을 넘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이성태 총재가 한 포럼에 나가 적정 환율을 970∼980원이라고 발언해 하루에 환율을 20.9원이나 떨어뜨렸다”고 회고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환율에 대한 권한과 최종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왜 한은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전 총재는 또 “강 전 장관의 주장은 한은이 정부가 시키는 대로 환율을 조절하라는 얘긴데 이는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다”며 “중앙은행 입장에서 환율 관리는 화폐발행액을 늘리고 줄이는 본질적이자 고유의 업무인 발권력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두 ‘올드보이’의 충돌은 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가 다시 없는 밀월관계를 보이는 것과 대비돼 주목된다. 정책 방점이 정부는 경제성장, 한은은 물가안정인 상황에서 이들의 마찰은 숙명과도 같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