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시장의 벌크선 용선료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비수기에 선박량까지 넘쳐나다 보니 일어난 현상으로 추락폭은 최근 3개월 동안 무려 80~90%에 달한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벌크선(이하 케이프 사이즈 기준) 하루 용선료(스팟)는 3000달러대로 지난해 12월(2만 달러대) 대비 7분의 1 수준으로 급하락했다.
해운업체인 A사 관계자는 “이처럼 바닥을 친 적은 사상 처음”이라며 “업황이 좋을 때는 데일리 스팟이 4만 달러에 달했고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도 7000~8000달러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라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벌크선 일 용선료가 하염없이 급감하는 이유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케이프 사이즈의 벌크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부자들의 돈이 선박 투자에 몰리면서 지난 1~2년 간 건조작업을 거친 배들이 현장에 쏟아지고 있는 것. 해운업계 한 전문가는 “경기가 안좋을 수록 선박 투자에 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당분간 기 주문됐던 벌크선들이 계속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실제 영국 해운전문컨설팅회사인 드류리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벌크선 수는 2010년 921대에서 올해는 50%가량 늘어난 1381대에 달한 전망이다. 업계는 오는 2019년에는 1600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용선료가 급 추락하면서 계약 기간이 길 수록 일 평균 용선료가 비싸지는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헌터 시큐리티즈에 따르면 벌크선 1년 용선 계약에 대한 일일 평균 용선료는 약 9850달러다. 반면 3년일 경우는 1만1750달러로 집계됐다.
해운업체 B사 관계자는 “지금 시장가가 워낙 바닥(일 3000달러)이다 보니 향후 상승세(통상 2만~3만 달러)를 대비해 장기 계약시 할인해주기보다 더 비싸게 용선료를 책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시황이 상향 안정된다면 종전처럼 용선 계약 기간이 길수록 할인 폭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