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4사는 31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또 앞으로 사업수행 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이 생길 경우 법적 조치를 지양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기로 했다.
양측의 이번 합의는 국가 경제와 소비자들을 위한 최고경영진의 대승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삼성, LG 양측 모두 이번 결정의 배경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모든 법적 분쟁 종결에 대해 합의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는 그러나 이번 합의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 LG 구본무 회장, 구본준 부회장 등 오너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갈등 요인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는 행보를 보여온 것을 주된 근거로 언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작년 5월부터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이건희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이 시기 삼성을 둘러싼 여러 갈등 상황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는 7년간을 끌어온 직업병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다.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머리를 숙여 성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경쟁사와의 법적 분쟁도 잇따라 종료됐다. 지난해 8월엔 최대 경쟁사인 애플과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에는 2년간 끌어온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특허료 분쟁을 끝냈다. 업계는 이러한 갈등 관계를 해결하는데 이 부회장의 역할론을 주목해왔다. 모든 분쟁 종결 이전에 이 부회장과 상대 측 최고경영자(CEO)의 만남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여러 경쟁사들과 갈등을 해소하는데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LG와의 합의도 연장선상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