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상고(商高) 출신들의 금융권 고위직행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다 보니 고른 업무능력을 갖췄다는 게 이들의 강점이다.
가장 대표적 인물이 진웅섭 금감원장이다. 1959년생인 진 원장은 동지상고에서 공부하다 집안 사정 때문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했다. 검정고시로 학업을 이어간 진 원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7급 공무원, 건대 법대, 행정고시(28회)에 잇따라 합격했다. 꼼꼼한 업무 능력과 겸손하고 소탈한 성품에 선후배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8년째 농협중앙회를 이끌고 있는 최원병 회장도 동지상고를 나왔다.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을 지냈던 이휴원 현대BS&C 회장 역시 동지상고 동문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상고 출신이다. 1955년생인 윤 회장은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1973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후 주경야독으로 공인회계사와 행정고시(25회)에 합격했다. ‘상고 출신 천재’란 타이틀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보와 오평섭 KB국민은행 전무(개인고객지원), 유점승 우리은행 부행장도 윤 회장과 같은 학교를 나왔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공부한 대구상고와 이동대 제주은행장, 라응찬 신한금융 전 회장이 졸업한 선린상고도 많은 금융인들을 배출해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금융권 상고 명문으로 꼽히는 곳은 덕수상고다. 김학현 NH농협손보 사장과 김인환 하나생명 사장을 비롯해 임해진 산업은행 부행장, 김기헌 KB국민은행 부행장, 서형근 IBK기업은행 부행장, 윤동기 NH농협은행 부행장 등 금융권 핵심 임원들이 모두 이 학교를 졸업했다.
전직 은행원으로는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김동수 전 수출입은행장, 허창기 전 제주은행장, 김광진 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 신현규 전 토마토저축은행 회장, 이광원 전 삼화상호저축은행장, 오승근 한국아이비금융 사장, 민경원 전 농협은행 부행장, 이영준 전 하나은행 부행장, 주인종 전 신한은행 부행장 등이 있다.
상고 출신 A은행 한 임원은 “상고 출신 금융인들이 존경을 받는 이유는 힘든 환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힘으로 최고의 위치에 올랐기 때문”이라며 “넉넉지 못한 형편에 정말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어서 능력뿐만 아니라 자부심도 대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