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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정부와 입법부의 국회법 개정안 충돌은 이 같은 가치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내세워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강한 어조로 지속적인 비토를 놓는 모습은 국회와 앞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할지도 모를 헌법재판소에 부담스러운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서둘러 ‘중재안’을 제시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위헌성’을 일방적으로 단정 짓고 있는데다, 여야 간 정치적 협상의 산물을 무시하면서 입법부의 권위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도 당황하는 모양새다.
당초 정부는 국회법 개정안이 도출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야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꺼내든 배경에는 정부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으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와 유족들의 공분을 산 전적이 있다. 행정부가 멋대로 시행령을 제정해 법안의 목적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야 합의는 청와대가 그렇게 강조하던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달 6일에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통과에 앞서 합의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문구의 명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통과를 막은 바 있다.
이처럼 행정부 수장의 의중에 입법부가 흔들리는 모습은 헌법에서 명시한 ‘3권분립’이 퇴색되는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