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야당인 공화당에서 이례적으로 ‘반기업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기업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톰 도나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월 ‘경제적인 포퓰리즘’이 팽배했다고 경고했을 때 그가 목표로 한 것은 좌파 정치인들이었다. 그는 “이들은 중앙정부와 국가가 운영하는 경제체제를 지지하고 있다”며 민주당 상원 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과 동료 의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기업들은 보수적이어서 전통적으로 관계가 가까웠던 공화당에서 포퓰리즘이 떠오르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선두주자인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자신이 경영자임에도 부자에 대한 세금을 올리고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무역장벽을 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어 기업계를 불편케 하고 있다.
또 낙태 지지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 문제로 의회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또 한 차례의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중지)’ 사태가 일어날 수 있어 기업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심 이런 대립을 즐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연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행사에 모인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연일 어두운 메시지를 던져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인이 미국을 깎아내리는 것은 전혀 애국적인 행동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수출입은행이 존폐 위기에 몰린 것은 기업과 공화당의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FT는 전했다. 수출입은행은 5년마다 미국 의회의 예산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지난 6월 말 승인이 거부돼 7월 이후 지금까지 수출금융 지원 업무가 중단됐다. 공화당 내 강경파들이 수출입은행은 대기업에만 특혜가 돌아가는 ‘정실자본주의’의 온상이라며 승인 거부를 주도했다.
막강한 자금줄을 잃게 된 대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전날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신 프랑스가 지원을 약속해 일자리 500개를 프랑스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보잉도 자금 지원이 없어 싱가포르와의 위성 계약이 날아가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유권자들의 지지 얻기에 혈안이 된 공화당 대선 후보들도 기업 편을 드는 것을 꺼리고 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젭 부시와 존 케이식도 수출입은행에 회의론적인 시각으로 돌아섰다. 마르코 루비오와 테드 크루즈는 노골적으로 수출입은행 재인가를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