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지난 23일 대우건설 분식회계 안건에 대해 회계처리 기준 위반 건으로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증선위의 사전심의 기구인 감리위원회는 지난달 11일 대우건설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처리에 대해 업계의 특수성을 모르는 처사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과 조선업계는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이 같은 회계처리는 오랜 관행이었다”며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문제가 됐던 것은 대우건설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해 충당금을 일부러 쌓지 않아 이익을 부풀렸다는 부분이다. 회계 조작을 통해 1조원 가량의 부실을 감췄다는 의혹을 받고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금융감독원 감리위원회는 245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적발했다. 증선위는 여기에 서울 마포구 합정동 사업장의 분식 1446억원을 더해 분식규모를 최종 3896억원으로 확정했다.
건설업의 경우 착공 전에 분양가를 책정하는 선분양 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미래 손실분을 매출로 잡아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건설업 등 수주산업의 특성상 미래 손실을 대비해 충당금을 동일기준에 맞춰 대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는 공사 완공까지 수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수주한 금액을 공사기간에 나눠 매출에 반영해 왔다. 이와 함께 비용도 같은 비율로 반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업장별로 초기계약률과 최종 분양률 등이 다르기 때문에 손실인지가 어렵고 동일한 기준으로 충당금을 설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 자체사업은 분양 방식을 바꾸지 않는한 현재의 논란은 지속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오랜 관행이었던 회계처리 문제가 이번 대우건설 분식회계 사태로 드러났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프로젝트당 손실인지시점은 다르지만 파악자체는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투명한 회계처리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아파트 사업의 경우 계약률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손실예상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운영진 입장에서는 실적을 위해 손실인지시점을 늦추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며 자정의 목소리를 냈다.
증선위 역시 “건설업계가 대손충당금, 충당부채 및 공사예상손실을 보다 엄격히 반영하고 공사진행률 측정의 정확성을 높여 전반적으로 회계처리가 투명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