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이 성동조선 사태에 제동이 걸렸다. 수출입은행은 현재 부실채권 규모가 커짐에 따라 추가 출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여신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자금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는 성동조선과 경남기업 등에 대한 부실 채권 책임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잇따랐다. 특히 이로 인해 자본건전성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손실액 규모가 지난 몇 년간 몇 천억 단위에서 조 단위로 넘어갔다”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냐”고 경영 책임을 물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성동조선과 경남기업 관련한 부실대출 관계자 처벌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며 “‘밑이 빠진 독에 물붓기’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여신 부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책금융기관의 특성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행장은 “정책금융 지원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아직 조사 과정이지만, 최선을 다해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현재까지 정부가 수출입은행에 출자한 규모는 약 1조7000억원(현물 포함)으로, 최소 1조원을 더 투입해야 향후 시장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게 수출입은행의 입장이다. 1조원 출자당 여신 한도는 10조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냉랭했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출입은행 출자는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라며 난색을 보였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도 “부실개선을 위해 정부지원도 한계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부실채권 규모 증가가 수출입은행의 자본건전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성동조선 부실채권이 2조1000억원으로 수출입은행 건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기준으로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부실문제 때문이 아니다”며 “여신 부문이 지난 10년간 급팽창한 반면 자본금 확충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이 높은 이유는 부실기업 정리를 담당하는 수출입은행의 역할에 따른 것”이라며 “이것을 빼고 나면 수출입은행의 여신건전성이 높을 것”고 해명했다.
수출입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에 대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수출입 은행의 대출 현황 보면 대기업 대출 74.8%나 된다”며 “왜 이렇게 몰린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 은행장은 “수출입은행은 국가 전략 사업 수출 진흥을 하는 게 주 목적이고, 국가 전략 대부분이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과 정문헌 의원은 히든챔피언 관련해 모뉴엘 사태 이후 기준강화와 관리 인원의 확충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