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인수 절차를 밟아오던 오릭스PE가 지분 인수계약을 해제하기로 하면서, 업계는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KDB대우증권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단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과 금융위는 차질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20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대우증권은 11월 입찰에 들어갈 예정이고, 현대증권이 다시 시장에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두 매물의 입찰 시기가 달라서 현대증권 매각 무산이 대우증권 매각에 큰 영향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과 KDB대우증권은 매수 주체로서의 매력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B금융이나 미래에셋증권이 (자사 증권사와)규모가 비슷한 현대증권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현대증권 매각을 추진할 당시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은 입찰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KDB대우증권은 업계 1, 2위를 다투는 증권사이기 때문에 KB금융이나 미래에셋증권이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 역시 “이번 현대증권 매각 불발이 대우증권 매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두 매각 건은 일단 딜 구조자체는 물론 회사 규모도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대우증권 인수를 노리고 있던 기업들이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실익을 따진 후 현대증권과 대우증권 매각 중 하나 혹은 둘 다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대우증권 매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현재 대우증권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KB금융, 미래에셋그룹, 한국투자증권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대만의 보험 그룹사 푸본금융이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신한금융, 중국 시틱그룹 등도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우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 자본총계 4조3049억원으로, NH투자증권(4조4954억원)에 이어 증권업계 2위다. 패키지로 매각되는 산은자산운용 포함 인수 가격만 2조~3조원대 가량으로 추정되는 금융투자 업계의 ‘빅딜’이다.
한편, KDB산업은행은 예정대로 다음 달 2일 대우증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예비입찰 참가자들의 대우증권 실사가 끝나면 오는 12월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