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제약사 지배주주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뛰어들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부정적 영향으로 주가 부진했던 만큼 주가 부양의 의미가 커 보인다.
하지만 올해초 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동아제약의 경영권 분쟁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불안심리가 깔려있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FTA 여파로 제약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분 제휴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이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일, 신풍, 삼성 등 지배주주들 자사주 매입 뛰어들어
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안과약품을 주력으로 하는 삼일제약은 지난 30일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변동 신고서’를 통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32.81%에서 33.07%(181만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삼일제약 최대주주인 허강(53) 회장이 지난달 18일부터 25일까지 0.26%(1만4270주)를 장내 매입했다. 허 회장이 자사주를 사들인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만이다.
비타민제 및 소염제 위주의 제약업체 신풍제약의 지배주주 장원준(35) 전무도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만에 자사주 매입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1만6200주를 사들였다. 이어 모친인 오정자(69)씨가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8800주를 장내 취득했다.
이를 통해 장 전무(보통주 기준 지분율 14.13%, 53만주)는 특수관계인을 포함, 심풍제약 지분을 25.30%(96만주)로 끌어올렸다. 장 전무는 신풍제약을 창업한 장용택 회장의 아들로 사실상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까스명수’로 유명한 삼성제약공업의 김원규(50) 회장도 올 2월초 이후 2개월여만인 지난달 12일 6만주를 추가 매입, 특수관계인을 비롯한 지분율을 33.89%(257만주)로 끌어올렸다.
한화증권 배기달 애널리스트는 “한미 FTA 협상 타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업종으로 제약업이 꼽히면서 제약주들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었다”며 “대주주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은 주가 부양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동, 동성 등은 계열사가 지분 확대 나서
비타민제 ‘아로나민골드’로 유명한 일동제약은 계열사인 일동후디스가 나서 최대주주인 윤원영(69) 회장의 우호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일동후디스는 처음으로 지난달 3일 일동제약 8090주를 매입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까지 지분 0.88%(4만4170주)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일동제약 최대주주인 윤 회장(5.53%, 27만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19.40%(97만주)로 확대됐다.
또 염모제 주력의 제약사인 동성제약도 관계사인 하이넷포쉬에화장품이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동성제약 3710주를 장내매입, 최대주주인 이양구(45) 사장 등은 보유지분을 50.73%(214만주)까지 확대했다.
대한투자증권 조윤정 애널리스트는 “올해초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에서 보듯 제약사들에 대한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지배주주의 지분 확대는 경영권 방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애널리스트는 특히 “한미 FTA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제약사간 제휴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분 확대 등을 통해 지배기반이 강해야 지분 교환 등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