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경기예측과 정책 결정의 주요한 잣대인 국내총생산(GDP)과 지역내총생산(GRDP) 통계의 작성 주체가 달라 경제 주체들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26일 행정자치부, 법제처 등 5개 부처 합동 정부업무보고에서 통계청과 지역통계 발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ㆍ운영해 국가통계와 지역통계 표준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행자부는 사업추진을 통해 지역통계를 국가통계 수준으로 향상하고, 통계기반의 공공서비스를 개발하며, 민간통계 활용을 적극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지역통계는 전체 국가통계(939종) 대비 62%(586종)로 양적으로 부족하다고 보기 어려우나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 지역일자리 창출 등에 필요한 정교한 지역정책 수립, 지역 밀착형 서비스 등을 뒷받침할 수요자 맞춤형 통계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행자부는 지역 내 생산, 산업구조 파악 등 다양한 지역경제정책 수립 시에 가장 기초가 되는 시ㆍ군ㆍ구 GRDP의 생산계정뿐만 아니라 분배계정도 통계청과 함께 개발하는 등 지역통계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국민총생산(GNP)이나 GDP 등의 국민계정 통계가 매년 한국은행에 의해 집계 발표되고 있지만 이들 통계에서는 지역별 경제력이나 생산구조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아 GRDP의 통계적 의미는 크다.
하지만 걸림돌은 GRDP를 통계청이 작성하고, GDP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담당하고 있어 양자 간 차이가 나게 되고, 결국 통계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해 국가 통계의 신뢰성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GDP 편제 인력은 약 100여명 정도로,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해 한은 내부에서는 ‘아트(Art)’의 영역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추계방법은 물론, 기초자료를 어떻게 정제해서 사용하는지 등 작성 과정이 외부에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다른 통계 간 정합성이 떨어지고, 정확성을 검증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론적으로는 시ㆍ도 GRDP의 합계가 국가 전체의 GDP 통계와 일치해야 하지만, 실제 통계 수치는 다르다. 두 통계 간의 작성 방식과 추계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과 통계청의 설명이다.
OECD 국가 중 국민소득 통계를 중앙통계기관이 아닌 중앙은행에서 작성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벨기에 2곳이 유일하다는 점도 조사 주체 일원화가 필요한 이유다.
글로벌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출둔화 등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정책 결정의 중요한 요소인 GDP와 GRDP 통계의 개선과 발전은 시급한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통계청과 한은이 독자적으로 추계를 하고 있어 추계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통계의 세부 작성방법과 기초자료를 공유해서 차이 발생 요인을 줄여나가는 통계작성기관들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그동안 통계청이 GRDP를 작성해 왔다고 하지만 GDP 통계 작성은 오랜 노하우가 필요해 추계경험을 토대로 GDP 통계를 맡는 것은 무리”라며 불신감을 더욱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